그걸 미리 깨달았더라면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올 찬란한 봄날인 줄 미리 눈치챘더라면 나는 그 혹독한 강풍을 온기의 희망으로 버텨낼 수 있었을 것이다. 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그 따스함을 깨달았고 불타는 뜨거움 속에서 다시 따스함을 느끼려고 하니 더 더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늘 마음속에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었더라면, 다가올 뜨거움을 대비할 준비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사람이 과연 내 곁을 떠났을까. 늘 함께하는 익숙함에 속아 그것이 평생 갈 줄 알았던 어리석고 어린 내가 한심하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해졌을 때 나를 찾아왔더라면 그 사람이 알려준 봄의 따스함을 평생 간직하고 뜨거운 여름으로 강렬하게 보답했을 텐데.
그 봄이 가져오는 따스함에 익숙해져서 또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낸다. 나는 늘 미련하게도 봄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봄이었음을 깨닫는다. 숨결에 불어오는 작은 벚꽃 잎, 그 차가운 벚꽃 잎이 흩날리며 내 목에 붙었을 때 괜스레 그 사람의 미소가 떠오른다. 괜히 의미부여도 해보고 괜히 짜증도 내본다. 그런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도 충분히 알면서 괜히 또 투덜거린다. 내가 알지 못했던 그 따스함을 왜 늘 뒤늦게 느끼는 걸까.
그 사람이 나에게 핑크빛을 알려줬다면 나는 다가올 초록빛을 손으로 잡아 전달해주고 싶었다. 꽃잎들이 따뜻한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조용히 되새긴다. 혹시라도 내가 조금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그 여름을 덜 뜨겁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알고 있다. 그 사람이 남긴 봄의 온기가 없었다면 내 여름은 가을까지 불태워 바로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친다는 것을. 그 따스함을 깨달아서 혹독한 추위를 버틸 수 있었고 그 따스함 덕분에 나는 다시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봄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여전히 봄 속에서 머무르고 있다. 다시 찾아올 계절을 기다리며 버텨낸다. 그 사람이 알려준 사랑의 온기를 마음에 새기면서, 봄이 지나가도 그 따스함은 내 안에 조용히 피어 있다. 그리고 내가 배웠던 그 따뜻함을 다른 새로운 사람과 나누고 싶다. 작은 불씨들이 여럿 모이면 불이 되고 그렇게 커져만 가는 불은 결코 진화하기 어렵기에 나는 그 따스한 느낌을 소중하게 마음속에 평생 간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