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매력

이걸 보려고 견뎠구나

by 김청유

무미건조한 삶의 연속이었다. 딱히 뭐 재미있는 일도 없고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말이다. 여느 때처럼 한가로운 주말 오후에 다른 친구들은 핫플레이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카운터 앞에서 바코드만 찍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핸드폰도 이제는 지겨운지 쳐다보기도 싫었다. 퇴근하면서 캔맥주와 과자를 사가는 것도 벌써 일상이 되었다. 그저 빨리 퇴근해서 오늘은 뭘 먹으면서 멍 때릴지 그런 생각뿐이다.


코로나 시절이라 어디 가서 놀기도 참 애매했다. 나는 코로나가 너무 싫다. 코로나는 내 성인의 시작과 대학교생활에서도 제일 즐겁다는 새내기시절을 뺏어갔다. 그래서 너무 밉다. 19살 때 나는 대학교 생활을 꿈꾸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제일 아름답다는 20살을 즐기지 못하게 바이러스를 전국에 퍼뜨렸다. 어디를 가나 코로나학번, 불쌍한 학번이라는 단어는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 나는 그저 불쌍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다. 2인집합, 4인집합만 가능해서 친구 만나는 것 대신 거의 매일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중에서 여행에 관한 서적을 많이 읽었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가고 싶은 나라에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먹기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고 일단 국내부터 여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친구가 나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했었고 처음으로 즉흥적으로 떠났다. 말 그대로 전날에 정한 무계획이라 더 설렜다. 그렇게 나의 첫 여행지는 하늘목장으로 유명한 평창으로 떠났다. 여행지에 도착하여 짐을 숙소에 내려놓고 바로 대관령으로 출발했다. 넓은 초원과 끝없는 하늘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걸 보려고 여태 살아있었던 거구나."


내 인생을 그저 보내기에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풍경이었다. 만약 내가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모든 걸 귀찮게 느끼고 살았더라면 과연 이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을까. 그저 나무구나, 풀이구나 하면서 흘려보낼 것들을 작은 일탈로 여행하면서 보니 더욱 감격스러웠다. 나는 이때 받은 신선한 충격이 너무 좋아서 여행의 맛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똑같은 음식도 여행하면서 먹으니 더 맛있고 그 여행지만의 별미를 찾아서 보는 것도, 먹는 것도 또 일종의 취미가 되었다. 나는 그때 추억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서 지금도 틈만 나면 여행을 간다. 마치 그때 내가 본 것은 메마른 사막 속의 오아시스였다.


평창에서의 그 하루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가끔은 ‘나를 깨우는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여행하는 이유는 단지 아름다운 풍경을 두 눈으로 직접 담고 싶어서가 아니라 온전한 나를 끄집어내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11화그 계절이 지나면 따스함이 온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