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쉬었는데..
사실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코어자소서만 벌써 4개를 썼다. 자소서 문항을 볼 때마다 과거의 나는 대체 뭘 하고 다녔는지 한심해진다. 나의 6개월 활동과 노력이 겨우 자소서 한 줄에 불과했고 이 한 줄을 읽는 것에는 5초도 걸리지 않는다. 내 긴 노력은 5초의 문장 한 줄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회복 중이지만 스트레스에 따라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가 호전됨을 반복하고 있다. 나는 나의 이런 모습이 너무 싫다. 20대 여자의 최대 관심사는 자기 관리기 때문이다. 부어오른 살 때문에 밖에 나갈 용기가 없어지고 뭘 해도 답이 없어서 답답했다. 그렇게 점점 자기혐오가 심해졌다. 누군가는 이게 의지박약이라고 하지만 게을러서가 아닌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서 더 화가 났던 요즘이었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은 대체 왜 생겨난 것일까? 나도 쉬었음 청년인가? 그렇다고 구직활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눈이 높은 것도 아니다. 언론에서는 쉬었음 청년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풀어낸다. 취재하는 입장에서 현실을 한번 똑같이 체험해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과연 가벼운 기사가 나왔을까? 통계 기반인 자료로 청년을 게을리 판단한 잘못된 점부터 짚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취업을 해도 자가 마련하지 못하는 세상은 맞지만 일자리마저 주어지지 않으니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했다. 이 사회는 정말 고스펙자만 있는 것 같다. 삼개국어는 기본이다. 어쩌다가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은 천재만 원하는 시대가 왔을까. 나는 결코 아파트에 속해있는 벽돌만도 못한 존재가 된 거 같았다. 대체가능한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 더 속상했다.
과연 청년들이 일을 하기 싫어서 구직을 하지 않는 것인가? 절대 아니다. 누구보다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한심하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류 100개 넣고 그중 한 곳에서 연락이 오나 마나다. 어쩌다가 면접 연락이 오면 기쁨보다 긴장과 불안이 앞선다. 이 기회 못 잡으면 또다시 구직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직해도 내 자리가 안정적 일지, 인간관계 괜찮을지, 내 성과가 인정받을지, 한없이 비교하겠지만 적어도 나이 이야기하면서 늦었다고 판단은 안 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