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구석들 - 약 사려고 떠나는 여행
나는 여행 가서 약을 많이 사오는 습관이 있다. 나라마다 효과가 좋은 약이 있다. 두통약은 일본이 효과가 빠르고 소화제는 중국이 효과가 빠르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사실 나는 나이에 맞지 않게 몸 구석구석이 많이 아프다. 올해 홀수자리라 건강검진을 받았다. 첫 검진이라 많이 떨렸다. 괜히 큰 병이 발견되면 어쩌지부터 시작해서 나이에 맞지 않는 걱정까지 한다.
이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나는 어릴 때부터 안아픈 구석이 없었다. 1년 내내 아파본 적 있는가? 도장 깨기도 아니고 15살인 나는 많은 잔병을 이기지 못해 1년을 버티다가 입원까지 했었다. 처음에는 독감으로 시작했다. 독감도 채 낫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여 다른 병이 걸렸고 남의 집에 살던 때라 눈치가 보여 어린 나이에 병원 가겠다고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결국 하루는 옆구리가 쿡쿡 쑤셔 병원을 찾아갔더니 왜 이제야 왔냐면서, 얼른 입원해야 한다면서, 그 날로 바로 입원했던 때가 있었다.
참고로 나는 인생의 반을 외국에서 살았다. 교육체계가 엄한 곳이라 독감이 걸렸어도 학교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머물렀던 곳은 아주 작은 도시였다. 근처에 산이 있어 공기가 맑았고 지도로 볼 때 위치는 꽤나 위에 있는 말 그대로 산으로 둘어싸인 그런 곳이다. 시골이라 학생이 얼마 없는 이유인지 아니면 나라가 너무 커서 시골까지 신경을 못쓰는 이유인지 당시 그 곳의 교육체계는 아주 엉망이었다. 들리는 것에 의하면 다행히 요즘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십년전만 해도 체벌은 기본이였다. 지금 나보고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갈 거 같다. 당시 사춘기도 억압때문에 자연스레 지나가듯 당연히 자아가 없었고 어른들이 심어주는 생각들이 맞다고 인식하여 기계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어른이 된 후 자아가 생기고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에서 온 것이라고, 괜히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더라. 나는 유독 심하게 받는다. 스트레스에 매우 약한 몸이라 겉으로 바로 들어난다. 숨이 턱 막히는 상황은 자주 나타나지만 실제로도 숨이 막혀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그것이 느낌이 아니라 통증이라고 하더라. 답답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가슴이 꽉 막혀서 답답하다고. 꾹 누르면 아픈 것이 막힌 부분이라더라.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통증이었던 것이다.
가끔 옆구리가 쑤신다. 꼭 열받는 상황에서 유독 더 쑤시더라. 숨이 막히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숨이 막힐 때도 있다. 답답한 것이 마음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답답함이다. 나는 늘 숨 막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진짜로 숨이 막히더라. 몸이 기억한다. 그 때 어떤 스트레스가 최악의 몸상태로 이끌었는지, 몸이 나보다 더 잘 안다. 그때처럼 극에 달할 때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만 멈추라고, 그때도 이래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았냐고 말해주는 것 같다. 바쁜 상황이 반복되면 틀어놓지도 않은 짧은 영상이 재생되는 것마냥 갑자기 아팠던 기억이 떠오른다. 끔찍함을 맛보고 나서야 멈출 수 있다. 몸이 경고하는 것이다. 자기들은 공장에서 쉼없이 가동되는 기계가 아니니 뇌로 이어진 신경의 스위치를 스스로 꺼버린다. 나의 질주도 멈출 수 있었다.
궁금할 것이다. 약은 거기서 거긴데 무슨 효과냐고. 의아할 것이다. 왜 그렇게 잘 아냐고. 다들 여행 갈 때 약 많이 사잖아? 미리 인터넷에 쳐보고 귀국할 때 약 많이 챙겨오잖아. 사실 똑같은 건데 나는 내가 직접 먹고 사. 차이점은 그것 뿐이다.
희한하게 나는 여행 가면 꼭 아픈 구석이 있더라. 나는 편두통이 있다. 어린 나이에 무슨 편두통이냐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이 그렇다. 나도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비오는 날, 교토에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었다. 국내에서 미리 챙겨간 상비약을 먹으면 괜찮겠지 하고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눈까지 못 뜰 정도로 아파서 근처 약국에 갔다. 그 정신에 당연히 폰을 볼 수 없으니 친구에게 부탁하여 번역기를 사용하여 직접 약사에게 여쭤봤다. 먹으면 10분내로 괜찮다고 하여 바로 먹었더니 두시간 내내 아팠던 머리가 마법처럼 나아졌다. 약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일본여행 가서 효과가 가장 빠른 두통약을 달라고 하면 아마 줄 것이다. 내가 먹어본 약들 중에서 가장 탁월했다.
소화제는 또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할 것이다. 훠궈를 너무 좋아하여 중국에서 훠궈를 허겁지겁 먹다가 소화가 안돼서 약국 가서 약을 처방받아서 먹었다. 이 약도 마찬가지로 내가 먹어본 약들 중에서 효과가 가장 좋았다. 참 이럴때면 신기하다. 그래서 나는 여행갈 따마다 약을 쟁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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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솔직히 말해서 이게 뭐가 중요하겠어. 우리 아프지 말자고, 스트레스 덜 받고 소중한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게 중요하지. 아프고 나아짐을 반복해서 다시 과거를 돌아보니 정말 우리는 별 것도 아닌 것에 얽매어 있더라고..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자아가 바로 서야 비로소 마음이 단단해지니까. 기분 나쁘게 느끼는 것이 통증으로 가기 전에 마음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냥 어쩌라고 하면서 흘려보내면 된다. 그들이 내 인생 살아줄 것도 아니잖아? 영화 개봉할 때 엑스트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본 적 있어? 똑같아.. 그러니까 나는 모든 사람들이 화려한 주인공처럼 멋지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