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하얀 파도

by 사각



비 내리는 도시, 안개 낀 밤
어둠을 등진 흐릿한 한숨에
자욱한 숨결 너머로 울려 퍼지는
새하얀 그림자, 고래 울음소리

까맣게 그을린 구름 떼 한 켠
은색 눈빛이 반짝이고
낮고 묵직한 청음 메아리칠 때
콘크리트 댐은 굳은 표정뿐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잔해
온종일 졸다가 흘린 꿈의 흔적

저너머 산등성이 휘파람 소리
대답 없는 속삭임, 고된 울먹임
붉은 점등 십자가는 말이 없고
빛바랜 가로등 오갈 데 없고
보이지 않는 내일은 등 뒤에 서서
오지 않을 과거를 되새기네

새하얀 그림자, 고래 울음소리
저너머 산등성이 휘파람 소리

눅눅한 정경 속 습한 부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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