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름다움은
겨울의 무상함에 있지 않고
민들레 씨앗 휘날리는
봄의 태동에 있다
행복은 봄의 꽃이 아니라
여름의 초록이다
생애는 끝나지 않는 까닭에
스스로 수확하지 못할 씨앗을 뿌려도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그는
다음 세대의 상(像)을 마주한다
세월은 흐르지 않고 다만
사건의 경계를 맴돌 뿐이기에
용기는 냉소에 있는 게 아니라
비루한 실천에 있다
말은 피가 흐르지 않아 차갑고
공간을 점유하지 않아 가볍다
잠에서 깬 모든 순간에 육신은
중력에 저항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것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나신(裸身)의 영원한 목표다
평행선은 영원히 만나지 않지만
결단코 멀어지지 않는다
궤도를 가지는 삶은 평행궤적을 만든다
모든 인간은 등에 업힌 존재다
눈은 계절에 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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