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철학의 폐단
오늘날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대체로, 각종 여건 상의 한계 때문에라도, 소위 강단 철학에 속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어떤 이론이나 개념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러한 내용이 등장해야만 했던 철학사적 맥락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고, 또 일상적인 단어와 어법과는 상이한 표현 및 해석 방식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독학자에게 그다지 친절한 분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학을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적어도 대학교 학부 수준에 준하는 교과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험은 철학에 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주는 역할도 하니까요.
앞선 글들에선 철학이라는 학문의 특성과 철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노동자의 전반적인 특징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제 딴에는 나름대로 중립적인 정도의 사안들에 대해서만 언급했던 것 같은데, 혹자가 보기엔 철학에 관해 너무 긍정적인 면만 기술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른바 '강단 철학'이 갖는 문제라고 할까요. 학계에서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의 현실적인 의미와 연구자들이 곧잘 부딪히는 한계 등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일단 여러 번 강조했던 사실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철학이라는 학문은 아주 방대한 학술적 범위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사실 전문적인 철학자들조차 자신의 연구 범위를 벗어난 철학적 맥락, 이론이나 개념에 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예로 들자면, 대학교의 철학과 교수보다 일개 학부생이 어떤 주제나 분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가지거나, 많은 지식을 가진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교수가 학생이 잘 아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 공부한 적이 없다면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