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일기

남들 하는 대로

by 도담과 솜

남들 하는 대로


꿈이랄게 딱히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매년 학기 초에 장래희망을 제출하라 회색 종이를 안내장에 꽂아주셨고, 그 여백은 매년 공무원으로 채워갔다.


"엄마, 내 장래희망은 왜 공무원이야?"

"공무원이 좋아, 안정적이잖아."


다른 친구들이 대통령, 판사, 의사, 연예인 등으로 그 빈칸을 화려하게 채워올 때도 나는 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그냥 커서 어른이 되면 되잖아. 커가면서 다른 장래희망들을 써보긴 했으나, 여전히 별 생각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내 주변의 친구들 따라 대학교를 갔다.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봉찌팸이랑 같은 학교에 가는 것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관심도 없던 컴퓨터 관련 학과에 가게 되었고, 광란의 대학생활을 보냈다.


술을 밥 먹듯 즐겼고, 피시방에서 밤을 새우고, 방학만 되면 여행을 다녔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훌쩍 가버려 곧 졸업반이 되었고, 그때에도 내 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졸업하고 남들 하는 대로 아무 회사에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냥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구직사이트에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자격증과, 자기소개서를 업로드했더니, 여러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모두 처음 들어보는 회사였고, 빨리 취업에 성공하고 싶었던 나는 가장 처음 연락이 왔던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관으로 나온 사람은 본인을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원래 조명회사이지만 IT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신입사원을 뽑아 팀을 꾸려보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취업 준비생인 나는 '사업 확장?', '게다가 공기업에 파견되어 일한다고?' 이런 생각을 하며 그 회사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들을 약 30분 정도 들었다. 사실 그분 말씀은 이미 안중에도 없고, 나는 정장을 빼입고 후배 직원들과 회의하는 상상을 하는 둥 이미 그 회사에서의 미래를 그렸다.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뭐야, 취업 어렵다더니 알바 면접보다 쉬운데?'


그렇게 내 파란만장한 신입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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