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선생 Mar 11. 2024

자퇴생이 쓴 자퇴 후기

[자퇴생 혼공 르포르타주 15화]

[이 글은 딸이 자신의 블로그에 6개월간의  자퇴생활을 정리한 후기입니다. 허락을 받고 옮겼습니다. ]


현재 나는 자퇴한 지 5개월 차다. 여름방학 때 자퇴 생활을 예행 연습한 것까지 포함하면 6개월이다. 1학년 1학기 때 원하는 만큼 내신 점수가 나오지 않아 수시로는 원하는 대학을 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내신이 잘 나오지 않는 것에 비해 자정이 넘어서까지 공부를 하는게 일상이었다. 주말에는 수행평가 준비를 하거나 모의고사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쉬거나 책을 읽을 시간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게 의미가 있나 싶었다. 힘들게 수시를 챙길 바에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학교를 다니는 것이 시간낭비 같았고 자퇴를 결심했다. 엄마는 나의 자퇴 결심을 지지해 주었다. 하지만 단순히 내신을 챙기기 싫어서 자퇴를 하면 안되므로 9월 모의고사 국어, 수학 백분위가 98이 넘어야 한다는 조건을 세웠다. 그리고 나는 9월 모의고사에서 백분위 99.2를 받았고 10월 6일 부로 자퇴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6개월 동안 학원도 스터디카페도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자퇴 생활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 공부도 잘 하고 있고 독서를 할 시간도 늘어났다. 하지만 공부나 생활 면 등에서 문제를 인식한 부분이 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학교를 계속 다녔더라도 생겼을 터라 자퇴를 후회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현재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그동안 느꼈던 자퇴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복기해 보았다.

자퇴의 장점 첫 번째, 시간을 내가 필요하고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시간표에 따라가느라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공부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점심 먹고 난 후에 낮잠 잘 시간이 없어 5교시에는 항상 졸린 상태로 수업을 들었다. 지금은 휴식 시간을 자유롭게 조율해서 공부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


두 번째, 집에 있으니 편안하다. 나는 학교에서는 의미있는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문자 I인 인간이라 시끄러운 곳에서는 공부에도, 독서에도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학교를 다니면 이것저것 신경쓸 것이 많은데 나는 멀티테스킹을 잘 못해서 이런 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수능 공부에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세 번째, 시간이 여유롭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오고 운동하면 7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그렇게 밤 12시 까지 피곤하게 공부해도 5시간 정도밖에 공부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주말에는 수행평가와 수능 공부를 해야 했다. 그러고 휴식을 취하면 독서나 다른 일들을 할 시간이 없었다. 자퇴하니 여유롭게 공부해도 10시간 정도 공부 시간을 확보할  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온전히 쉬니 독서를 하거나 코딩 공부를 할 여유가 있다. 가끔은 음식 한 가지를 직접 요리해서 가족들에게 맛보이는데, 손재주가 별로인 것과 별개로 요리에는 나름 소질이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네 번째, 스케줄 관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자퇴 이전, 학교에서는 시간표대로 영혼 없이 움직이고 집에 오면 시간이 없어 한 가지 공부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계획을 세워서 일정을 관리할 수가 없었다. 이제 학교의 통제를 벗어나니, 많은 시간을 내가 현명하게 사용해야 했다. 휴식, 운동시간과 공부량을 직접 관리해야 했다. 자퇴 생활 동안, 계획을 세워 내 블로그에 적고 하루 동안 실행해서 밤에는 그 실행한 것을 복기하고 있다. 그렇게 하니 내가 내 하루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몸이 피곤해서 영양가 있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뭔가 했다는 착각을 했었다. 그래서 반성이나 성찰을 하지 않고 하루를 흘려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내가 진정성 있게 한 것이 없으면 속된 말로 '현타'가 온다. 이는 mbti p인 내가 시간 관리를 잘하게 하는 동력이다.



자퇴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몇 가지의 장점을 느꼈다. 하지만 매일 느끼고 있는, 자퇴의 문제점들이 있다.  일단 첫 번째,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다. 8시 반까지 등교해야 했을 때는 적어도 7시 반까지 일어나야 했다. 강제적이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오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자퇴 후에는 9시, 빠르면 8시 반에 늦으면 9시 반에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서 밍기적거리고 공부 좀 할라치면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학교를 다닐 때는 분명 아침부터 점심시간의 간격이 길었고 많은 것을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 학교를 다니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놓칠 것 같다. 학교는 시끄럽지만 이는 내가 사회적 자극에 익숙하도록 도와주고, 신경쓸 것이 많아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을 나에게 준다. 하지만 안정된 환경에서, 익숙한 가족들만 만나고, 수능 공부만 하는 지금은 편안하지만 불안하다. 뭔가 내가 내 또래에 비해 미성숙해 질 것만 같다. 사람의 뇌에는 사회적 자극이 필수적이라던데, 가족 외의 사람과 거의 만나지 않는 지금 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현재 생활 리듬을 바로잡기 위해 동생이 학교에 가는 시간대에 맞춰 7시 반에 기상하고 있다. 그리고 8시에 기상해서 12시에 점심을 먹기 전까지 4시간의 공부시간을 확보해서 오전을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또 집에 있으니 할 수 있는게 한정된 것은 맞지만, 사실 학교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계획을 세워 공부하고, 매일 수영이나 걷기를 하며,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쓴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가족과 캠핑이나 여행하면서 지낸다. 이 모든 시간이 각각 의미있게 나의 성장을 도울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나름대로 자퇴생활을 현명하게?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퇴생 S.K.Y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