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은 지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당신이 현재 고민하는 문제나 궁금한 것을 담은 책'이 라고 대답한다. 그런 주제를 담은 책 중에 내가 읽을 만하겠다고 판단되는 것을 골라 읽기 시작하면 된다. 그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지는 읽으면서 저절로 생각난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도 되고, 같은 주제의 다른 작가의 책을 찾아봐도 된다. 그다음 어떤 책을 읽을지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안내를 해줄 것이다.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주제는 '육아''교육''심리''철학'이다. 어쩌다 엄마가 된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막연하게 '좋은 엄마'가 되자는 포부를 갖었다. 그래서 정말 엄청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 경험이 담긴 육아선배들의 책부터, 여러 사례를 통해 통찰을 담은 심리학자와 정신과 전문의들의 책, 그리고 본질적인 삶의 통찰을 담은 철학책들까지. '좋은 엄마 되기'라는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나는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난 거기서 딱 한 줄의 진리를 얻었다. 들으면 겨우 그 한 줄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책을 읽은 거냐고 할 수 있지만 이 한 줄은 그냥 들어서 알게 된 것이 아닌, 내가 깨달은 것이기에 값지다. 그리고 직접 깨달은 진리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으며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만나는 친구들과 만나는 부모들에게 이 한 줄을 늘 이야기한다. 선생질을 오래 하다 보면 '프로 잔소리꾼'이 된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좋은 엄마가 된다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고, 비싼 사교육을 시키고, 전국을 누비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이게 우선이다. 우리의 육아는 '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릴 때부터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에 방향설정이 되어 있는 육아를 한다.
그래서 괴롭다. 많은 에너지와 돈을 쓰는 데도 아이에게 보이는 효과는 미비하다. 아니 나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는 어느새 '돈 먹는 괴물'이 되어간다. 부모에 대한 고마움도 모르고 공부를 부모를 위한 양 유세를 떤다. 부모는 어떻게든 대학 갈 때까지 공부를 시켜야 하기에 아이 비위를 맞추기에 바쁘다. 해주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해주고, 정작 해줘야 할 중요한 교육을 놓친다.
수많은 육아 선배들과 전문가들과 철학자들은 내게 저 한 줄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되면 아이는 나를 보고 삶을 긍정하며 나의 문제 해결방식을 배운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헌신하는 부모가 오히려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아무리 부모의 사랑이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영혼을 갈아 넣다 보면 보상을 바란다. '내 덕에'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 마음이 안 생길 수 없다. 만약 아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라도 하면 자책을 넘어서 죄책감에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나 때문에' '내가 아이를 망쳤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내 영혼을 갈아 넣지 않고도 행복한 사람이 되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책이라는 현명한 조언자를 만나 '좋은 엄마 되기'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말 그대로 대략의 과정이며, 이 책들을 모두 만나는데 난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사이사이에 수많은 책들이 있었음을 참고하면 좋겠다.
맨 처음 이 책을 추천한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은 순전히 제목이 좋아서 선택했다. 그리고 난 후 저자 소개를 보고 그녀가 여성학자이며 가수 이적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평소 가수 이적과 그의 노래를 좋아하던 터라 더 마음에 들었다. 박혜란 여성학자가 쓰신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은 아이를 키우는 큰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들 셋을 키운 엄마로서의 삶과 한 여성으로서의 삶의 균형을 그녀가 어떻게 잡고 살아갔는지 살펴보면 좋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아이들이 가진 기본 능력을 믿고 아이들을 내 작은 그릇에 가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육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공부하면서 나는 책 한 권을 남편에게 권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책을 읽고 나서 남편은 "나도 이렇게 해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에는 그 황당한 반응에 실소를 했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남편은 그 책을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고, 자신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과 부모의 행동 지침들을 보면서 저런 말을 듣고 자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다음으로는 마사 하이네만 피퍼와 윌리엄 j. 피퍼가 공저한 <<내적불행>>이란 책을 읽고 자신의 마음속에 상청받은 아이를 만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나 역시 많은 육아 서적들과 교육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가 아닌 '나' 자신이 먼저 떠올랐으니까.
내 마음속의 서러움 더 나아가 불행을 먼저 달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아이의 보챔이나 짜증 더 나아 수많은 '빡침'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거든, 내 마음속의 상처받은 어린 나를 먼저 돌보야 한다. 나의 부모와의 애착관계는 내 아이와의 애착관계로 대물림될 확률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기에 꼭 한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런 후 진정한 나를 만나는데 도움이 되는 조언자로는 고려대 허지원 교수님의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와 정신의학과 전문의 성유미 선생님의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를 읽기를 권한다. 이 세 권의 책으로 어린 시절 미처 알아주지 못해 여전히 울고 있는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고, 그 시절 외롭고 힘들었을 나를 위해 토닥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여기까지 현명한 조언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천까지 하고 있다면 그다음에 육아와 교육은 좀 쉬워진다. 아니 아주 많이 쉬워진다. 이제부터가 내가 낳았지만 나와는 다른 내 아이에 대해 고민해 보면 된다.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타고난 기질과 주변 환경으로 만들어진 성격이 합쳐져 인격을 형성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내 아이의 타고난 기질은 어떠하며, 부부에 의해 만들어진 가정 속에서 영향받은 아이의 성격은 어떠한지 파악해봐야 한다.
이럴 때는 오은영 박사님의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괜히 대한민국 육아 대통령, 대한민국 3대 해결사 중 한 명이라는 칭송 하겠는가. 특히 <<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와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를 먼저 읽고 다른 저서들을 골라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니 자신의 욕구와 욕망과 소원들을 살피고, 그것을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을 고려해 천천히 해결해 나가는 것이 육아의 핵심이며, 삶의 본질이다.
그런데 우리는 '희생적인 어머니'의 모습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성인남녀는 '엄마'라는 말에 유독 약하다. 죄송해서 눈물짓게 한다. 사실 그런 모성의 이미지는 허구다. 침략과 전쟁을 겪은 민족의 역사와 남녀 차별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안타까운 삶이 만들어낸 특이한 모성이다.
진짜 모성은 사랑을 가르친다. 진짜 모성은 죄스럽게 눈물짓게 하는 것이 아닌 떠올리면 웃음 짓게 하고,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신은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우리 곁에 대신 엄마를 보낸 것이라고 하지 않은가.
무신론자인 나조차 저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는 엄마에게서 사랑을 배우기때문이다. 엄마는 나에게 있는 그대로 예쁘고 소중하다고 가르치는 존재다. 그래서 사랑이란 것의 시작은 늘 '자신을 사랑하는 것' 부터다. 이것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그렇게 사랑을 확인하려 든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배우같지 생기지 않아도, 인싸가 아니어도, 무엇에 애쓰지 않아도, 그 성과가 훌륭하지 않아도 나는 그냥 나다. 이것이 내 옆의 수많은 현명한 조언자들이 전해 준 삶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