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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Oct 06. 2023

서문 . 마지막 급식을 먹고 돌아온 딸

[자퇴생 혼공 르포르타주 1화]

이  자퇴 혼공 르포르타주의 처음은 딸 아이의 1학기 기말고사 국어 시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은 글쎄?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면야 1년 남짓 뒤쯤이면 끝이 날테고 아니면 1년 아니면 또 1년이 미뤄질 수도 있다. 여하튼 이 이야기는 딸아이가 고1 2학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오늘. 9월 모의 고사 성적표를 받아들고 마지막 급식을 먹으며 돌아온 오늘. 2023년 10월6일에 자퇴를 하고 혼자 대입 준비를 하는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처음을 시작한다.


혼공 성적표

딸 아이 경우에 영어는 초등3학년 가을에 파닉스를 시작해서 중1때까지만 학원을 다녔다.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하기 보다는 주요과목과 특히 과학에 흥미가 많았던터라 과학고등학교 준비를 잠시했다. 그래서 수학 경시대회 문제를 다룰 필요를 느껴 중학교때 수학 학원을 1년 다녔고, 과고 면접 준비를 위해 7개월 과외를 받은 것을 제외하고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그래서 중학교때도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학교 시험 준비는 오롯이 혼자 했다. 아이 성적표에는 시험성적을 잘 만들기 위한 사교육의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특히 영어 공부는 2년 동안이나 쉬어서 제일 실력이 좋지 못해서 갈길이 멀다. 여타의 많은 아이들처럼 많은 양의 선행을 한것도 아니어서 진도도 빠르지 않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많은 책들을 읽어왔고, 느리고 스킬은 부족하지만 스스로 문제 해결력을 쌓은 덕에 공부능력이 잘 쌓여있다. 그래서 아이는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다. 자신만의 속도로.


알아보니 자퇴생은 앞으로 전국 연합 모의고사를 볼 수 없다. 다만 검정고시를 접수한 시점부터는 한국 교육 평가원에서 실시하는 6월과 9월 고3 모의고사는 신청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보는 전국 연합 모의고사는 집에서 출력하여 자체 시험을 보고 스스로 점검을 해야 한다. 검정고시는 자퇴한 날로부터 6개월후에나 볼 수 있으므로 내년 8월에 고입검정고시를 치루고, 9월에 바로 수능시험 접수를 할 예정이다.


그래서 내년에 또래보다 1년 빠르게 수능시험을 볼 것이다. 대학을 1년 더 빠르게 가는 게 목적은 아니다. 수능을 더 빠르게 여러번 보아서 의대를 가기 위해 더 유리한 발판을 만들기 위함도 아니다. 딸 아이의 꿈은 뇌과학자나 미래 식량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시간이 흐르면 다른 진로를 정할 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내가 딸 아이의 성적표를 공개하는 이유는 이 시험 결과는 오로지 혼공의 결과물이라는 것. 앞으로도 딸 아이는 대입때까지 역시 혼공으로 마무리 지을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아이가 어떤 변화와 성장과 퇴보를 하는 지 투명하게 기록하기 위함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인강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 내신 공부를 위해, 수능 시험 준비를 위해 모두가 당.연.히 학원을 가야하는 게 아님을, 수많은 시간과 돈을 사교육 시장에 퍼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이 증명이 나에게 특히 중요한 이유는 내가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수많은 아이들이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혀 사는 현실을 매일 목격하고 있기때문이다. 아이들의 유년을 지금 당장 내가 지켜주지 못한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전 세계 유일무이하게 '교육학대'가 일어나는 게 대한민국이다.


나는 교육이란 것은 찾아 볼 수 없고, 아이들을 그저 디테일하게  평가만 해대는 학교라는 현장을 견디고 시시때때 분노하는 대신에 딸 아이와 함께 그곳을 탈출하기로 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대입을 치루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현실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 것도 답답하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의 본질과 입시와 시험의 본질만 파악한다면 생각보다 너무도 효율적이게 성공적인? 대입을 치룰 수 있으며, 게다가 남는 시간은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도 충분히 갖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의 학교엔 교육도 없고, 가성비 떨어지는 입시제도만 있을뿐이다.


만약 우리의 이 모험이 성공한다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혹시 우리의 모험이 실패한다해도 그 나름 반면교사라도 될 수 있으니 그것 또한 괜찮다. 난 그저 솔직하게 정직하게 내 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공부 이야기들을 기록할 뿐이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사실 자신할 수는 없다. 계획이야 야심차게 세워놓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일보다는 그렇지 않은 일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리고 설사 계획한 일들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걸. 어떨때는 의도하지 않은 우연을 만나 더 좋은 방향으로 인생 길이 열리기도 한다는  정도 알뿐이다.


그리고 인생의 절반쯤 살다보니 알게 된 재밌는 깨달음 하나를 믿을 뿐이다.  어쩌면 그때 어긋났던 계획이, 이어지지 못한 인연이 사실은 다 '계획된 우연'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나와 내 딸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 우리의 삶이 잘못 될리 없다고.



결국엔 잘 될 운명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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