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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Oct 24. 2023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이들을 위한 詩]

꿈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꿈이 없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짝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가여워했다.

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라서 행복하다는 이들을 비웃었다.

자식을 낳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자식 상팔자라는 이들을 철없다했다.

나이를 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써 늙지 않는 이들을 경멸했다.


당연한 나의 꿈은 사라지고

당연한 나의 사랑은 희미해지고

당연한 나의 결혼은 그늘지고

당연한 나의 자식은 내가 아니고

당연한 나의 주름들이 미워진다.


결국 그 모든 당연한 것들은 당연한듯이 나를 비웃고

결국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고

결국 나는 내가 되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너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그대들과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삶을 노래하고 싶다.


그냥 이것으로도 괜찮다.

내일도 떠오를 태양이 내려주는 한줌의

아량만으로도 괜찮다.

지나온 삶과의 투쟁은 그만두련다.

내일도 떠오를 태양이 내려주는 새로운

인생만으로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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