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고 싶은 일기

부모의 말

by 모모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는 말의 힘은 놀랍다

주술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저녁 식사 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특별한 용건은 없고, 평소 심약한 나를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아버지를 바꿔준다

86세.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

아버지가, 쇠잔한 기력으로 목소리 높이시며

다 괜찮으니 아무 걱정 말고

만사 태피(태평한 사람)처럼 지내라고 한다

그저 그 말만 되풀이하신다


네네, 하는데

가슴 언저리가 좀 뜨거워졌다


지난주 직장에서 회의가 있었다

하는 말마다 바보처럼 어버버 했던 나를

며칠 동안 내가 따라다니며 못마땅한 소리를 늘어놓아

내 마음은 쭈그리가 돼 있었다


전화를 끊고서

회의에서 어버버 하고 나오는 나에게 다가가

아버지 목소리로

괜찮다고, 천하태피처럼 다 괜찮다고 말해보았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쪼그라든 마음이 조금, 조금씩 펴지는 것이다.

등 뒤의 목소리를 바꾸니 좀 살 것 같았다. 든든했다.


세상에 괜찮은 일, 안 괜찮은 일이 따로 있나

부모가 괜찮다 해주면 괜찮은 일이고

부모가 안 괜찮다 하면 안 괜찮은 일이 된다

나보다 못 배운 부모라도, 가진 것 없는 부모라고 해도 희한하게 그렇다

수십 가지 전문가 레시피가 있어도 엄마 레시피가 등장하면 논란 종결되듯이

부모의 말은 그런 힘이 있다

.

아버지, 어릴 적부터 진작에 그렇게 좀 말해주시지

하고 따라붙는 생각

이건 끝까지 자식 노릇 하려는 나


그 주술의 힘으로

나에게 못마땅한 말을 하시면

나는 또 꼼짝없이 그런 인간이 되어야 했었지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고 말해주시니 이제부턴 괜찮다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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