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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여름다운 것은 뜨거운 태양뿐일까

by 낫썬 NOTSUN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을 좋아한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고, 팔을 움직이며 걷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 뜨거운 여름이 왔다.


해가 갈수록 여름의 더위와 습도는 더해져만 간다.

동남아 날씨처럼 변해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에이 뭐 그 정도까지' 하며 코웃음을 쳤다가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맞이하거나, 짧은 순간 무지막지하게 쏟아져내리는 비를 마주한 이후로는

그 말을 믿게 되었다.


더워지는 날씨만큼 실내는 계속해서 차디찬 공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어디든 들어가기만 하면 우리는 찜질방 아이스방에 들어온 듯 급속도로 찬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 중심에 선 우리는

'냉방병'이라는 현대인만의 특별한 병에 걸린다.


옥상에 올라가 돗자리를 펴고 수박을 잘라 먹던 시절에는

냉방병따윈 없었다.

서울 도심 속 가장 촌스러운 동네에 살았던 나의 여름은 대나무 돗자리가 에어컨을 대신했다.

현관문은 활짝열어 돌로 고정시키고, 시원한 발을 달아 공기가 통하게 한 채

우리는 거실에서 잠들었다.


그 덕에 안방은 할아버지 혼자 차지하게 되었다.

나와 오빠, 그리고 할머니는 거실에 나란히 누워 현관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이 들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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