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시작한 이유.
내 브랜드 창업스토리를 들어보면 기가 찰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내 철학 하나만 믿고 브랜드를 열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도 없었다. 그야말로 쥐뿔도 없는 내가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설레발을 친 것이다.
때는 2022년 겨울에서 2023년 봄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사실 그전에도 브랜드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당시 나름 팝업도 참가하고, 여러 기회가 많았지만 정작 브랜드를 사랑하는 '팬'은 만들지 못했었다.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브랜드를 운영하며, 이른바 현타를 맞이하던 때 패션회사에 MD로 입사했다.
그곳에선 딱 수습기간인 3개월이 지난 후 퇴사를 결정했다.
그땐 나름의 이유가 명확했지만, 퇴사하고 나니 다시금 막막해졌다.
다시 내 브랜드를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몰랐다.
생각만 골똘히 하다 2~3개월이 흘렀다.
더 이상 안 되겠다. 다시 브랜드를 재정비해서 제대로 운영해 보자.
기존 브랜드가 흐지부지 되던 건 내가 진정 이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럼 내가 사랑하는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이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
2.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제품이어야 한다.
3. 성장이 아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때부터 브랜딩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강의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브랜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시작전 첫번째 질문에 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해야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만들어질수는 있으나 유지될 수 없다는 표현이 맞겠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찾아야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것, 싫어하는것과 못하는 것, 내 취향은 무엇인지 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문득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졌다.
여태껏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산 것만 같은 생각에 암울해졌다.
내가 여태껏 발버둥 치며 살아온것과 달리 내 인생의 성적은 형편이 없었다.
대학교 4년 내내 과대표, 선거위원장, 졸업준비위원장 등 리더역할은 도맡아했고
알바도 쉬어본적이 없었다. 유튜브를 운영한다고 틈틈히 촬영하고 편집하며 구독자 2천명을 모았으며,
나름 브랜드 창업도 해보며 인생 경험을 쌓았고, 잠깐 다닌 회사에서도 신입답지 않다며 인정받았는데...
그래서 내게 남은게 뭐지..?
한 건 많은데 결과로 증명한게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수석은커녕 차석한번 해보지 못했고, 유튜브도 2-3년간 구독자 2천명이 전부였다.
브랜드는 매출이 얼마입니다. 하기도 부끄러울만큼 소박했기에 실패의 산물같았다.. 남들 취업해서 돈이라도 벌때 나는 돈을 깎아 먹고있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괴로웠다.
욕심은 많아서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어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잘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 여태껏 뭐한거지?
"나 원래 쥐뿔도 없었구나"
그렇게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지난 삶을 한탄하고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꼭 1등을 해야하는 걸까?'
나 자신을 찾는 여정에서 나는 나의 부족함만을 파헤치고 있었다.
나보다 더 성공한 사람들을 질투하며, 부러워하며
그들과 같아지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기준점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건 아닐까.
난 이미 내 영역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잘해내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던 것은 아닐지.
그러다 스스로 허황된 무언가를 쫓지 않기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기로 그자리에서 결심했다.
그렇게 내 진정성이 세상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