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쩌면 커피는 BGM이지 않을까

당신의 일상에는 커피가 얼마나 자주 있나요

by 낫썬 NOTSUN

출근 길 손에 들린 커피가 마치 업무의 시작을 알리듯

카페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어쩐지 오늘따라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아직 뇌가 깨어나지 못한 걸까 싶어

"팀장님 저희 커피 한 잔 할까요?"라고 내가 물으면,

마찬가지로 카페인을 사랑하는 팀장님은

업무 시작 전 커피부터 사온다는 팀원을 나무라기는 커녕,


"나가자.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하며

관용을 베풀어준다.


그렇게 시원한 커피 한 모금에 잠깐 정신이 차려진 뇌는 업무에 임할 준비 자세를 취한다.

셋,둘,하나

.

하지만, 머지 않아 점심시간이 오고

과도하게 탄수화물로 배울 채운 나머지 우린 또다시 카페인을 수혈받길 원한다.


'이번엔 어디 커피를 마셔볼까'




주말이면 드립 커피를 내린다. 눈비비고 일어나 씻지도 않은 채

부시시한 머릿결을 뽐내며, 커피 포트에 물을 받는다.

물이 끓을 동안 킨토의 저그와 다이소의 드리퍼의 언밸런스한 조화가 퍽 우습다.


종이필터를 놓은 뒤, 물로 한번 헹궈주는 린싱 과정을 거친다.

그 다음은 대충 커피가루를 붓고, 물 한번 촉촉히 적셔 준 뒤

잠시 기다렸다가 두세어번 더 물을 적셔 커피를 내려준다.


방 안 가득 고소한 향이 퍼지고,

동시에 창가에서 은은하게 비추는 햇살이 꽤 그럴듯한 아침을 완성해준다.


아침에 여유롭게 커피를 내리며

적막한 원룸에 달그락 달그락 소리만이 울려퍼지는 순간,

'아 이맛에 커피 내리지' 하며, 생각한다.


핸드드립의 겨우 입문자일 뿐인 내가 내린 커피의 맛이

훌륭할 리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 경험을 위해 기꺼이 나의 입맛을 내어주는 것이다.





탁.탁.타닥.탁

작업 하기 좋은 카페 (검색)


수다를 떨러 카페에 가는 것보다

작업할 카페를 찾는 데는 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작업을 위한 카페인지, 매장 크기는 적당한지, 손님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다.

간혹 회전율이 좋은 카페에선 노트북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민폐인 것 같아 얼마 안가 도망치듯 나오게 되니까.


그래도 여전히 인테리어는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어지간해선 안가려고 한다.

무언가 영감이 될 만한 장소인지를 살펴보는게 중요하다.

작업 환경은 능률에 정말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검색하다 발견한 카페로 향하곤

노트북을 펼쳐 앉는다.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견디며

으슬으슬 떨리는 아메리카노는 유리에 맺힌 결로 현상을 관찰만 하다가

몇 모금 마시지도 못한 채 방치 된다.

그래, 여기서 커피맛은 그리 중요치 않다.

물론 맛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것까진 바라면 안되는 것이야.





몇년 전, 카페에서 파트타이머로 근무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커피 맛에

조금이나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산미가 나는 커피를 싫어하던 내가

이제는 웬만한 산미에는 눈하나 깜박이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커피에 진심인 매니저님은 직접 원두를 가져와 손수 드립커피를 내려준다.

뜨거운 상태로 호로록 하며 맛을 음미하는 것이 그와 함께하는 오픈 루틴이 되었다.


게이샤 원두를 알게 하고,

커피에선 과일맛도, 아몬드나 초콜릿 맛도 날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 이따금씩

커피 취향이 맞는 친구와 카페를 갈때면,

이왕이면 핸드 드립을 주문해본다.

그러곤 고소한 맛 하나, 산미있는 것 하나를 시켜

서로 맛을 보게 한다.


이럴 때는 더이상 카페는 대화를 위한 장소 그 이상이 된다.

아니 어쩌면 이게 본질인건가?

커피 맛에 대해 감탄하며 한 잔을 더 주문하고,

그와 어울리는 끝내주는 디저트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카페인은 얼마나 마셔야 적당할까?

커피를 두고 몸에 해로운지 이로운지를 말하는 수많은 연구들.

그 속에서 우린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갈피를 못잡다가

결국, '그래 이정도는 뭐' 하며 질끈 눈을 감기로 한다.


그러다 이런 영상을 보게 되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잔 몸에 미치는 영향"


요새 건강이 악화되어 술도 담배도 모두 끊은 내가

커피는 도저히 끊지 못하겠더라,

밀가루도 줄이고 디저트를 멀리했다. 모두 만성염증, 혈당에 가장 안좋은 것들이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커피는..?


영상 속에서 한 교수는

'커피가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내게 위로를 던져준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해롭다고, 커피 역시 과하게 복용할 경우 당연히 몸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다.

속이 쓰리거나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것만 해도 카페인이 완전무결한 식품은 아니라는 것을 잘 드러내준다.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커피를 마실 거라면,

이왕이면 더 건강하게 마시기 위해

요즘은 집에서 내린 핸드 드립 커피를 들고 다닌다.


끝까지 내 입에선

커피를 끊겠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금 방황하는 이가 있나요 e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