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첫번째 수록곡인 Introduction은 파도소리 위에 리버브가 들어간 전자기타 소리가 페이드인 되면서 시작되는데, 이 조합은 정말 말도 안되게 좋다. 그 위에 가사없이 “난난나나..나랄라라..” 음을 흥얼거리는 파트가 올라가고, 햇살이 내리쬐는 잔잔한 분위기의 해변, 선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Paradise에는 파도소리와 샬랄라, 신디사이저 음, 드럼이 각자의 차례에 맞춰 바람을 타듯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그게 또 엄청 좋다. 레게비트 같기도 하면서, 뽀얗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곡 이름대로, 천국에 갔을 때 이런 음악이 들리지 않을까 상상하며 작업했을 생각을 해봤는데,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Blue Memory(Instrumental)은 Larry Owen의 Light Lounge 앨범에서 받았던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몸과 마음의 여유”라는 단어를 음악으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동그랗게 말려있는 무늬를 가진 빨간색 울타리에 둘러쌓인, 하얗고 큰 집과 호텔리조트, 앞에 펼쳐진 잔잔한 파도가 치는 바다, 테라스의 테이블 위에 올려진 복숭아와 레몬, 연노란 가운을 입고 의자에 앉아 대화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곡의 2/3에 다다르면, 신디사이저가 한껏 신비스러움을 연주하고, 잔향으로 여유롭게 늘어진 기타솔로가 등장하는데, 그 위에 Introduction에 등장했던 허밍음이 올라가면서, 파랗게 색칠된 기억이 막을 내린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를 마음껏 찾아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이 느껴지는 날이다. 덥고 습하고, 비가 내리고, 우중충하고 흐리멍텅한 날씨가 계속되는 와중에, 여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원함을 만끽하게 해주는 앨범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들었던 노래 중, 여름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을 가장 잘 담아낸 노래이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파도가 치고 있는 바다 앞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요즘의 가요에서는 듣기 어려운, 실제 파도소리가 사용되서, 너무 좋다. 재치있고 귀엽게 등장하는 신디사이저 음, 알앤비스러우면서도, 레게 느낌도 나고, 마이애미 바닷가 바에서 나올법한 노래의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최정원 작곡가님께서 곡을 너무 잘쓰셨다. 몽글몽글함, 여유로움, 편안함, 웅장함, 독특함, 신선함, 깨끗함, 순진무구함이 모두 합쳐져 감동이 한껏 더 충만해진다.
정말 좋은 노래를 들으면 온몸이 시원한 공기로 가득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들을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