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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족들과 모인 날. 복숭아가 올려진 작은 상에 빙그르 둘러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가 없어도, 별거아닌 이야기를 해도, 같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주는 ‘가족’ .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첫만남’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러번 들어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진 오늘이다.
56년이 흐른 지금도, 두분은 처음 만났던 날의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고 계셨다. 인상착의, 수줍은 모습, 사진관에서 처음 손을 잡고 사진찍을때 미세하게 떨리던 손, 함께한 식사 등등. 하나씩 자신이 기억하는 내용들을 말하고 있는 할머니의 눈빛은 반짝거렸고, 할아버지의 눈에서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을 봤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랜기간 살아오면서, 기쁜 일도 있고, 또한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겠지만, 두분이 함께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뭉클한 소용돌이가 일었다.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도 예전에 동일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빠를 처음 봤을때, 사실 마음에는 안들었다는 이야기를 했으나, 둘은 어느새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당장 어제 오늘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는지 조차 가물가물할때가 많은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만남‘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마음 한구석 오래오래 간직하는, 물체가 없고,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더 소중하고 특별한 선물꾸러미 같다.
둥지를 벗어나, 독립을 하고, 일을 하고, 돈을 벌고, 틈틈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도 꾸준히 만들어가다보면, 숨돌릴 틈 없는,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기분이 들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사랑’으로 가득 채워가야겠다.
언젠가는 이 삶도 끝에 도달하게 될 것이기에, 더욱 더 소중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