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가든

-

by 박기은

‘재즈’라는 장르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내가 대학교 2학년이었던, 2017년도 봄이었다. 과는 달랐지만, 공통 교양수업에서 만나, 밴드부 동아리를 같이하고, 이유없이 마음과 결이 잘 맞았던 한살터울 친구가 있었는데, 둘다 2인 1실의 기숙사를 사는 탓에, 우리는 수업이 끝나고, 저녁이 되면, 갑갑한 학교 기숙사를 벗어나, 이곳 저곳 뚜벅뚜벅 걸어다니곤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영감를 주는 행운같은 공간을 발견했다. 작고 낡은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사운드 가든‘ 이라는 술집이었다. 밖에서 올려다본 모습을 생각해보면, 세로길이가 길고, 가로길이가 짧은 하얀 테투리의 창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 뒤로 주황빛깔들로 반짝거리는 은빛 미러볼이 천장에서 데롱데롱 매달려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시디들과 엘피판들이 작은 탑처럼 선반위에 쌓여있었고, 초록빛을 가득 품은 식물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나중에는 열대어들이 가득한 어항도 생겼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벽 한쪽에 설치된 빔프로젝트에 상영되고 있는 뮤직비디오였다. 살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예술의 느낌이 가득힌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크지 않은 공간이었음에도, 온몸이 나른해짐을 느꼈다. 그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은, 손님들이 주문하는 칵테일과 술과 음식을 준비하시면서, 중간중간 엘피플레이어나 노트북 앞으로 가서, 어떤 노래를 띄울지 곰곰이 고민하는 모습이 아주 멋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손님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 공간을 자주 드나들었고, 어느새 여름이 왔다.

한 여름밤, 우리는 그 공간이 있는 골목을 걷다, 벽에 붙은 벽보를 봤다. 재즈 라이브 공연 공지였다. 음료 한잔을 시키면,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티켓을 준단다. 공연날, 우리는 수업을 마치고, 그 공간으로 달려갔다. 초록빛 화분과 음반 더미로 가득차있던 한쪽 벽 앞이 작은 무대처럼 꾸며져 있었다. 와글와글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잔들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나라에서 온 외국인 손님들도 많았다. 작은 무대위에는 5명의 사람이 있었다. 콘트라베이스, 미니드럼, 트럼펫, 피아노, 싱어. 무대가 시작을 알리고, 모두가 조용해졌다. 모두 각 연주자들의 표현에 귀를 기울였다. 콘트라베이스로 시작해, 그 위에 피아노가 올라가고, 드럼비트가 들어가는 순간, 소름이 돋았던 것 같다. 각각 다른 소리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느낌이 신선했다. 트럼펫이 들어오고, 트럼펫이 잠시 잠잠해지자, 싱어가 노래를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촉촉한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