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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잠시 일했을때, 동네 마트 화장품 코너에서 호기심에 사봤다가 마음에 들어서 추운 겨울 열심히 바르고 다녔던 나이트 크림. 최근에 갑자기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아무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닌 이 소중한 순간을 작게 기념할 겸 그때 사용했던 제품을 주문했다. 귀여운 글씨체가 새겨진 정사각형 모양의 하얀박스 안, 통통하고 짧은 원통모양의 플라스틱 통. 뚜껑을 열어, 속지를 떼어내고, 코를 가까이 댄 후, 향을 맡아보았다. 숙소 건물의 가장 꼭대기 층이었기에,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하게 만들어진 천장과 침대에 누웠을때, 머리위로 낮에는 파란 하늘과 구름, 밤에는 별과 달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그 방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일을 쉬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무작정 기차에 올라타 떠나본 작은 모험들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매일 비슷한 루틴으로 살아가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몇달, 몇년이 훅 지나가버리는 것을 체감할 때가 있다. 그 체감의 순간은 몹시 두려움과 기대에 찬 행복감이 반씩 섞여있는 듯 하다. 두려움을 잠시 잊어버리게되면,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 잠시 푹빠져서, 그때 무엇을 했었고, 어떤 것들을 느꼈었는지, 지금의 나와는 또 어떤 점이 다른지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추억에 잠시 젖어들 수 있는 것은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자신에게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줄 수 있다. 특정한 시점의 기억들과 추억들이 떠오르게 되는 경로에는 그다지 큰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그냥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둥실 하고 떠오른 몇가지의 장면들을 들여다볼 뿐이다. 또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 순간도,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시점에 또 들여다볼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때 자신의 모습은 또 어떠할지 몹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