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존재는 크고 화사한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아니지.
수수한 길가의 꽃 가장자리에 살포시 내려앉아 한숨 쉬지.
바람결을 따라 작은 날갯짓으로 장다리 꽂이 무성한 무밭
언저리에 착지를 하면 흰나비 무리가 무밭 위에서 군무를
하곤 하지.
세상사처럼 어지럽게 선회를 하다 풀숲에 앉아 보기도 하지.
풋내 가득한 배춧잎을 먹고 자랄 때는 훨훨 날고 싶어서 자주
하늘을 쳐다보곤 했지.
쫄쫄 굶으며 번데기로 나만의 방에 꽁꽁 쌓여 있을 때는 날개를
펄럭이며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싶었지.
비행이 자유로운 지금은 낮은 고도로 가만히 앉아 지난 꿈을 세어 보곤 하지
젊은 날 목표와 꿈을 향해 달렸다면,
지금은 반추 동물처럼 곱씹으며 추억을 들여다 본다.
이 겨울이 다 가기전 다시 오는 새로운 봄을 위해 소소한 꿈을 잉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