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핀 꽃에 대한 단상

by 서진희


선연한 붉은빛의 동백꽃

봄의 시작을 알리는 크고 우아한 담백색의 목련 꽃

늦봄의 나른함을 알리는 종 모양의 보라색 오동나무 꽃


동백꽃이 질 때는 처연해진다. 겨울 내내 피고 지다가

붉게 칠한 화려한 입술을 지우고 댕강 떨어지는 아픔


베르테르의 연서 보다 더 달콤했던 목련의 향은 그리 길지

않는 답장을 마저 쓰지 못한 채 잎에게 자리를 내어 주며

떠나는 목련의 아쉬움을 아는지


엷은 미소를 긴 대롱꽃 속에 감추었던 덩어리의 꽃송이

늦봄을 밝혀 주는 등불이었지만 생의 집착을 놓고 바닥에

보라의 몽환적인 양탄자를 깔아 주며 떠난다.




즐거운 화려한 지상의 찰나의 삶이 끝날 때

아름다움으로 아쉬움으로 남겨 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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