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에서의 하룻밤-1

작별과 시작

by 서진희

첩첩의 봉우리를 휘돌아 오는

강하고 매서운 바람이 산등성이의

잔설을 흩어 놓고 적막을 몰고 온다.


바위 경사면을 빗겨 고목의 잔가지에

음산한 기운이 내려앉아 이윽고 어둠이

내려오면 잊힌 노래를 나지막이 부른다.


눈물 가득한 눈 허공에 시선을 두고 메마른 입술을 따라

깊게 마신 숨을 뱉어 가며 굳은 혀로 부르는

은밀히, 나직이, 마르고 건조한 곡조가 밤공기에 파고든다.


마음의 굳은살이 각질이 되어 분분히 흩어졌던 날들

불면의 밤을 태워가며 극히 주관적인 고통에 흐느끼던 밤들

실패한 사랑의 상처 따윈 막막한 삶에 문제도 아녔던 순간들


늘 푸석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고 노곤함이 두발에서

떨어지질 않아 그대로 쭈그리며 잠을 청하던 한때의 시간

쓰디쓴 소주도 위안이 될 수없고 한 개비의 담배도 위로가 안되었던 날


자기 연민에 갇혀 슬픔으로 허우적거리는 타인의

서럽고 고단한 아픔을 보듬지 않았던가를

나로 인해 곁에 있던 사람들이 더 침잠하지 않았던가에 대해


여기 바위산에 올라 냉기 품은 달과 대치하며 바위 골짜기에서

상심을 묻어 두고 엄연한 현실도 밤공기에 날려 버리고

공허한 마음 쓰다듬으며 정성껏 안아 준다.



겨울, 깊고 높은 산에서 매서운 밤은 이렇게

지난 온 시간들을 들춰보며 회한으로 1~2절을 하산 후에는

마지막 3절은 고통스러운 일조차 아주 경쾌하거나 춥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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