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끝자락, 궁지에 몰린 어느 게임중독자 이야기
나 보다 어렸을 20대의 윤동주는 다다미 육첩방 안에서 나라를 잃은 울분으로 지식인의 고뇌와 슬픔을 노래했다지. 21C 현대의 나는 관짝과도 다를 바 없는 방에 스스로 갇혀, 낡은 모니터만이 나의 유일한 세상이 되었다.
레벨업, 말초적인 승리의 쾌감, 순간의 환희가 현실의 무게를 마비시킨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키보드의 느린 속도감이 나 홀로 멈춰 선 듯한 세계로 이끌고 간다. 나가고 싶지 않아. 익숙한 나태에 이미 길들여졌어.
나를 좁다란 감옥에서 꺼내줘. 모니터 속의 찬란한 불빛에서 꺼내줘. 거부해 온 커튼 사이로 비친 빛을 맞이 하고 싶어. 픽셀로 빚어진 환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 갑갑한 방의 죄수를 자처하며 살던 시간을 지워버리고 싶어
게임 속의 전사는 능력자지만, 지금 나는 낙오자. 가상과 현실에서 출구를 찾아 나서고 싶어. 껍데기를 깨고 나아갈 수는 있을까? 돌아가는 길을 몰라. 거대한 물결 속에 이리저리 떠도는 조각배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