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에서의 하룻밤-3

탈북민 김철민의 적응 기간중

by 서진희

회령땅 정월 두만 강의 살을 찢는 추위마저 그리운 밤

스무 해 비릿한 청춘, 굶어 죽기 싫어 강을 건넜다.

낯선 땅 남녘 하늘 아래 선 그림자.

빠르게 변하는 풍경, 차가운 눈빛 속

어찌 붙잡아야 할지 모를 도시의 바람.

소주 한 잔 기울이는 밤, 눈물이 목젖을 타고

폐부로 길을 잘 못 찾아든다.

그 옛날 뱃사공의 강물, 똑같이 못 먹고 헐벗었던 정겹던 사람들.

목숨 걸고 한 탈북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적응이

더 어려웠다. 자유가 자유가 아닌 족쇄였고

배움도 가진 것이 없는 탈북민에겐 자본주의는

마음과 정신을 아사시켰다.

관대함이 없는 메마른 인정 사회, 날 선 경쟁 속에서

홀로 남겨진 듯 깊어가는 외로움.

높은 산 그림자 드리운 밤, 홀로 올라

칼날의 밤공기 맞으며 뜬 눈으로 새긴다.

저 멀리 푸르스름한 달빛, 고향의 하늘인가.

떠나온 땅, 돌아갈 수 없는 꿈인가.

괴로운 번뇌의 밤, 생각해 보면

냉혹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마주칠 때마다 몇 번 하는 인사가

박카스와 찐계란으로 되돌아왔고,

통장 아주머니와 사회 복지사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

공장 사장님과 공장장의 가르침과 배려

굳게 다짐하는 새벽, 다시 서리라.

차가운 현실 속에 뿌리내려 살아가리라.

회령의 별들아, 부디 나를 지켜주렴.

새로운 아침 햇살이 어깨를 감싸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다지며.

이 땅에 발붙여, 꿋꿋이 살아가리라.

언젠가 웃으며 고향 이야기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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