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넘고 바람을 헤치며

by 서진희


서 진희



굳어진 땅에서 싹이 돋아 나기까지

땅속 깊은 한 뼘의 자리에서 웅크리며

상처를 감싸며 기다린다.

아직 따스한 볕이 쌓이지 않고

간질대는 바람의 속삭임이 없어도

상처가 썩기 전 자잘한 꽃들이 먼저 핀다.

미미한 꽃향기가 번질 때쯤

바람과 햇볕을 끌어 모아 힘껏

어둠을 뚫고 딱딱한 땅 위로 싹을 올려 보낸다.


그렇게 꽃을 피워 향기는

산을 넘고 바람을 헤치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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