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응답하라 1994‘를 뒤늦게 보는데
주제곡만큼 자주 흘러나오는 ‘가질 수 없는 너’를 듣다가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희미한 기억 속 내가 가장 힘들 때
내게도 다가와 준 이는 없다고 생각 들지만
지금 미래의 나는 시간을 거슬러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다 잊어. 기억도 상처도 희미해져. 상처가 있었는가 기억도 가물가물해. 별로 중요한 일 아니야. 잘 살아. 어떻게든 잘 살 거야.
살아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죽음이 꼭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살아서만 할 수 있는 그런 경험들은 절대 나쁜 게 아닐 것이다. 충분히 누릴수록 좋은 거다.
응답해라. 나의 과거야. 2001년, 2007년, 2008년아. 네 곁에 아무도 없었니? 정말?
***
키보드를 놓고 와서 쓰려던 글을 못 쓰고, 과거의 노트를 뒤적여 보았습니다.
2001년, 2007년, 2008년의 나에게
2023년 말에 ‘응답하라‘를 외친 내가 쓴 글을
2025년의 ‘나’가 읽고 있습니다.
내가 여럿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열 손가락 쪼꼬미들처럼
시기별의 내가 제각기 중대한 감정을 안고 줄지어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요?
미래에게 한마디 해줘야겠습니다.
2년, 5년 혹은 10년 후에 읽어 보라고.
어이, 미래야.
나는 열심히 살고 있다. 바쁘다.
열심히 꿈꾸고 있어.
네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면,
잡힐 듯 말 듯 하던 꿈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면
오늘 내 덕분인 줄 알아라.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한, 불안을 이기고 쌓아 올린 오늘 오늘 덕분이란걸 기억해!
미래야, 살아는 있지?
살아 있거든 2년이나 5년이나 10년 후에 이 글에 답해 줘. 가능하면 10년 후가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