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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영 Dec 06. 2022

캐나다 스시집에서 일하기 (1)

올해 상반기 캐나다에 살던 때, 나는 집 근처에 있는 한인 스시집에 서버 일을 구했다. 테이블이 아홉 개밖에 없는 작은 식당이었다.


당시 가게에서는 서버가 부족해 평일에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중이었다. 휴학생이라 남는 게 시간이었던 나는 면접을 보고 나서 바로 트레이닝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4시간 30분씩 총 5회 트레이닝을 받고, 트레이닝 기간이 끝난 뒤부터 내 몫의 팁을 받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트레이닝 기간은 꽤 힘들었다. 메뉴 외우는 것이 첫 난관이었다. 작은 가게여도 스시집은 기본적으로 메뉴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손님이 말하는 메뉴를 바로 알아듣고 빠르게 받아 적어야 하기 때문에 인기 많은 메뉴는 형광펜 표시를 해두고, 메뉴마다 약자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막상 받아 적을 때는 별 소용이 없었지만.)


다음은 포스기 다루는 방법이었다. 익숙해진 뒤에는 생각할 것도 없이 손이 저절로 움직이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다 사진을 찍어 두고 위치를 외웠다.


트레이닝 당시 찍어 놓은 포스기 화면들 중 하나.


매니저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는데, ‘어차피 실수는 안 할 수가 없으니까 일단 빨리 익숙해져서 스피드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오더가 밀려들어오는 시간대에는 가장 먼저 바빠지는 것이 서버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오더를 넣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나머지 손님 응대와 포장, 애피타이저 준비 등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스시바, 주방과 손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포스기 다루는 방법은 비교적 빠르게 익혔지만, 그 외에 서버가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익히는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했다. 손님의 주문을 잘못 받기도 하고, 손님이 포장 주문한 음식을 찾아갈 때 하나를 빼먹고 주는가 하면, 전화로 주문하는 손님이 빼 달라는 재료가 있는데 그 단어가 뭔지를 몰라 쩔쩔맨 적도 있었다. 내 실수로 인해 손님이 불만을 표시하거나 다른 스태프 분들에게 미안할 일이 생기면 마음이 힘들었다.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고 한심했다.


그래도 같이 일하는 분들은 정말 좋은 분들이었다. 평소에는 유쾌하게 장난치면서 말을 걸어주시고, 실수했을 때 거듭 주의를 주시면서도 화는 내지 않으셨다. 특히 나를 트레이닝해 주시는 서버분(팀장님이라 불렀다)은 일을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 직접 보여 주시며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트레이닝 기간이라고 은근슬쩍 일을 떠맡기거나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처음이니까 괜찮다며 본인이 일을 더 많이 하셨다.


솔직히 초반에는 금방 그만둘 것 같았다. 적응 기간이 쉽지 않았고 몸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부터 마감까지 9시간 내내 서서 일을 하고 나면 발바닥이 불타는 듯 아프고 온 몸이 쑤셨다. 하지만 하다 보니 일이 익숙해졌고 돈을 버는 맛도 알아 버렸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참 좋았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캐나다를 떠나기 직전까지 그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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