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환기시키는 작은 친절
이따금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은 시기가 찾아옵니다.
저는 대개 사람들에게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기에 잘 웃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 괜찮아 보이는 것조차 힘에 부치더군요. 그러면 차라리 저의 안부를 물을 만한 사람을 마주치지 않기를 원하게 됩니다. 왜 솔직하게 저를 드러내지 못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평가가 두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어두워질 때면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특히 올해는 그런 순간이 많았습니다.
로스쿨 원서 접수를 앞두고 한창 자기소개서 퇴고를 하다가 맞이한 주일이었습니다. 교회에 가기 직전까지도 마음은 많이 분주했습니다. 그날 순모임 진행에 대한 걱정, 마음 한편에 돌덩이처럼 자리 잡고 있는 미흡한 자기소개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귀찮음과 두려움. 분명 하나님은 쉬라고 만드신 주일인데, 저의 마음에는 도무지 공간이 없었습니다.
교회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습니다. 기숙사를 나서며 흐린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왜 날씨마저 이렇게 무거운 건지. 도무지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택시에 타서 여느 때와 같이 기사님께 인사를 건넸습니다. 습한 날씨 탓인지 택시에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습니다. 잠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자니 작게 기침이 나왔습니다.
말없이 운전하시던 기사님은 백미러로 저를 흘끗 보셨습니다.
“… 에어컨 꺼드릴까요?”
“아, 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은 바로 에어컨을 꺼 주셨습니다. 작은 기침 한 번을 알아채 주신 기사님의 친절은 순식간에 저의 기분을 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문득 다시 기억이 났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고, 사람을 만나는 일에 너무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살다 보면 타인에게 사소한 친절을 베풀 기회가 많이 있음에도, 때로는 괜한 것인가 싶어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을 베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사소한 친절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결국은 사람에 의해 낫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것일 필요도 없는, 그저 작은 친절에 의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