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으로 10대를 보낸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되었다
나는 일곱 살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당연히 초등학교에 발 한 번 들여놓은 적이 없다. 내가 유달리 똑똑하거나 특이한 아이라서가 아니었다. 우리 부모님은 여느 부모들처럼 당연히 나를 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고 계셨고, 동시에 여느 부모들처럼 첫 아이의 교육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다. 그러던 중 부모님은 홈스쿨링에 관한 세미나를 듣게 되었다.
세미나를 듣고 많은 고민을 거친 끝에, 부모님은 나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셨다. 가장 큰 이유는 신앙이었지만 부수적인 이유들도 존재했다. 우선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12년간의 입시 경쟁에 아이를 곧바로 내몰고 싶지 않아 하셨다. 또한 공교육의 획일화된 교육에 의해 아이가 타고난 색을 잃지 않기를 원하셨다. 틀에 맞춰진 교육 시스템에 아이를 집어넣기 전에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를 알고 싶어 하셨던 것이다. 사회를 거스르고자 함은 아니었다. 홈스쿨링을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고, 학교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마음이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확신에 찬 결정도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홈스쿨링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지 알 수 없으니 홈스쿨링을 시키면서도 부모님께 얼마나 많은 회의와 불안이 있었을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가에 대한 책임 또한 훨씬 무거울 터였다. 남들 하듯 학교를 보내는 것이 부모님께 더 심리적으로 안전한 선택지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부모님은 나를 잘 키우기 위해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하셨다.
홈스쿨링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대답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일곱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홈스쿨링은 그냥 나의 삶이었다. 매일 어울려 놀던 동네 아이들, 혹은 교회에서 만나는 또래 아이들은 내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다. 홈스쿨링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의 궁금증과 상상력은 다양했고, 그에 따른 질문 공세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학교가 미지의 세계였다. 학교가 일상인 아이들에게 홈스쿨링이 일상인 나의 삶을 설명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었다.
어렸을 때는 짧은 어휘력과 표현력으로 구구절절 나의 일상을 설명하곤 했다.
아니, 과외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게 아니야. 홈스쿨링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여러 프로그램들을 해. 그런데 거기선 시험도 안 보고 교과서도 없어. 모임 안 갈 때는 매일 할 일 스케줄대로 하고, 다 하면 밖에서 놀 수 있어. 할 일은 엄마 아빠가 정해 주는 거야...
홈스쿨링을 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무엇인지 구별할 능력이 그 당시의 내게는 없었다.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핸드폰조차 없었던 나의 세상은 좁았고 다소 트렌드와 분리되어 있었다. 여러 대중 매체로부터 습득하게 되는 것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배우게 되는 것들에 나는 무지한 편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나아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한 발자국 물러서 나의 10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가 홈스쿨링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처음부터 학교를 갔다면 지금의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학교와 홈스쿨링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홈스쿨링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모두에게 홈스쿨링이 좋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내가 홈스쿨링의 장점을 잘 흡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나의 성격, 부모님의 노력과 정성, 잘 만난 공동체, 친구들, 신앙교육 등... 복합적인 요인들과 환경들이 맞물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홈스쿨링을 하며 중요시했던 신앙, 성품 훈련, 독서 습관 등이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공부는 조금 덜 했을지라도 올바른 내면을 형성하는 것에 투자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10년간 홈스쿨링을 했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도 많았다. 특히 사춘기를 거치면서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남들 다 가는 학교를 가지 않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다 의미 있는 성장기였다. 이제부터 내가 겪은 홈스쿨링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 보려고 한다. 홈스쿨링을 하게 된 동기, 우리 부모님이 나를 키우며 거친 시행착오들, 내가 학교를 가는 대신 했던 것들, 그리고 고등학교 때의 첫 공교육 적응기까지.
한 발 내디딘 지금,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았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