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세 도시의 형성과 상인 세력의 등장.
1. 중세 유럽, 유대인이 상업을 석권한 이유
일반적으로 경제사에서 중세는 476년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부터 콜럼버스의 대항해 직전까지 약 1000년 동안을 의미합니다. 중세를 암흑기로 보는 이유는 화폐경제가 마비되어 시장기능이 실종되고, 도시는 황폐화되어 사람들은 시골로 옮겨가 물물교환 경제로 되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영주 중심의 장원경제가 중세의 대표적 경제체제입니다. 유대인은 농경사회에서 축출되어 상업에 눈뜨게 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글로벌한 민족이 됩니다. 중세에는 문맹률이 98% 이상이었으나 유대인들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상업과 무역을 석권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대인 동족 간의 나눔 정신은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혜와 정보까지 나눔으로써 환시세에 정통한 뱅커가 출연하고, 오늘날의 금융업의 기본인 신용거래와 유가증권, 환어음까지 가능하게 했습니다.
(1) 기독교의 대부업 금지와 유대인의 대부업.
중세 초기에는 농민만이 유일한 생산계급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상업이나 수공업은 생산계급에 빌붙어 사는 계층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돈은 유대인에게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대인이기 때문에 거절된 사회적 권리를 돈으로 사야 했습니다. 농노는 영주나 교구장이 보호해 주었으나 유대인은 돈의 힘으로라도 보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돈이 모이면 이를 아껴 모았다가 돈놀이를 해 돈을 늘렸습니다. 고대로부터 이자는 금기시되었습니다. 기독교 또한 이자를 금하고 있습니다. 이자는 돈을 빌려준 시간에 대해 받는 반대급부인데 시간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인간이 이자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독교는 돈을 빌려주는 것을 ‘금융’이라 부르지 않고 이자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모두 ‘고리대금’으로 불렀습니다. 중세 교회는 이자를 목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죄악시했습니다.
반면 유대교에서는 ‘이방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받을 수 있되 너의 형제에게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구약성경>의 구절을 근거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다른 종교는 청빈을 덕목으로 삼고 있지만, 유대교는 부(富)도 엄연한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가르칩니다.
(2) 중세 도시의 형성과 상인 세력의 등장.
11세기 북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지중해 무역의 번성과 플랑드르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직물 산업이 유럽의 경제를 활성화시켰습니다. 대체로 항구도시, 교회도시, 성곽도시는 생성 당시부터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곳에 각지의 상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상인들의 거주지는 대개 성곽 외부에 건설되었으나 점점 상업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력이 커지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거주지 주변에 새로운 성벽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더욱 번성해 활동 공간이 부족하게 되면 동일한 과정이 반복되어 여러 겹의 성벽이 축조되어 형성된 것이 중세 시대의 도시입니다.
중세 도시에서 상인들과 더불어 도시 주민의 핵심을 이룬 것이 수공업자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성벽 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부르주아’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3) 유대인이 상업을 석권했던 이유.
유대교가 유대인들에게 <성경>을 읽히기 위해 기원전부터 글을 가르친 배움의 종교인 반면,
가톨릭에서는 신도들이 이단에 빠질 것을 두려워 <성경> 읽는 것을 금한 문맹을 권하는 교회였습니다. 여기서 큰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중세에 유대인들이 상업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중세 이탈리아 유대 상인의 일상 업무 중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글쓰기였습니다. 상인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통의 편지를 써야 했으며, 이에 더해 자신의 상업 활동을 상세하게 장부에 기록해야만 했습니다. 물품을 받고 부칠 때 관련 증빙서류와 함께 동봉해야 했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목록을 작성하고, 수시로 시세를 파악해서 사업상의 동료나 랍비에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유대인 동족 간의 나눔 정신은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질보다 더 강력한 지혜와 정보를 나눕니다. 부자가 자신의 재물을 사회에 기부해야 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지혜로 사회에 기여 해야 합니다. 유대인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 봉사하지 않는 것을 罪로 여깁니다. 타인을 위해 드리는 기도는 의무입니다. 자신의 동료를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구할 수 있으면서 행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서구인들은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 개성과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유대인은 다릅니다.
유대인은 유대인 공동체 속의 한사람이 될 때라야 비로소 유대인이 됩니다.
(4) 사업자금 지원하는 무이자 대부 제도.
유대인은 사업이 성공하면 가족이나 친척을 참여시키고 번창하면 동족들을 불러 모으기 때문에, 그들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오랜 관습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경우에도 가족이나 친척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 주변의 재정적 지원이 없더라도 유대인 사회의 무이자 대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유대인 상인들은 단체를 조직해 다른 유대인을 돕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5) 도움이 필요한 형제를 돕는 것은 유대교 율법.
유대인들은 엄청난 금액의 기부로도 유명합니다. 이것 또한 가난한 동포를 도우라는 유대교 율법에 따른 것입니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저금통을 갖고 있는데, 이 저금통이 다 모이면 자선에 쓰는 습관을 들입니다.
<토라>에서는 형제들 가운데에서 분명 필요한 사람(needy person)이 있다면, 그가 필요한 만큼(enough for his lack) 주어야 할 것이라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통상적인 자선은 소득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까지로 제한해 놓아서, 자신의 주제를 망각한 채 많은 돈을 자선하는 것은 금하고 있습니다. 동포를 돕는 방법은 금전뿐이 아닙니다. 가난한 유대인 자제가 공부를 계속하기 원한다면 공동체는 그 아이의 공부를 책임져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유아원부터 시작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다양한 교육기관과 단체에 가입해, 교육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인맥을 쌓습니다.
이 안에서 그들은 성장할 수 있는 정보와 기회를 서로 제공하고 세계 각국의 유대인들과도 연대해 강력한 유대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갑니다.
유대인이라는 것 하나로 뭉치고 서로 돕는 단결력이 유대인의 힘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