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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를 향한 비전[VISION]

2. 1등이나 2등 전략, ‘fix, sell, or close' 전략

by 김병훈

2. 초일류를 향한 비전


(1) 1등이나 2등 –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


1981년 12월 8일, ‘새로운 GE’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그의 연설이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연설문을 몇 번이고 다시 고쳐 쓰면서 리허설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GE의 회장으로서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 앞에서 했던 첫 번째 연설은 그다지 성공적인 연설이 못 되었습니다. 그 연설은 앞으로 GE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그의 비전을 밝힌 첫 번째 공식 연설이었습니다. 그날 애널리스트들이 듣고 싶어 했던 것그해에 GE가 달성한 구체적인 성과들과 재무 결과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상세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재무적 수치들을 받아 보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래야 그 수치들을 자체 개발한 평가 모델에 대입해 사업부별 예상이익을 추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계량적 모델을 이용해 기업을 평가하는 데 아주 익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잭 웰치는 20분이 지나도록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은 채 서둘러 GE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날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미래의 승리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진정한 성장 산업을 찾아내고 그 산업에 뛰어들어 1등이나 2등이 되는 기업, 즉 1등이나 2등 수준의 군살 없는 조직 구조에서 가장 낮은 원가로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등이나 2등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필요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 필요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하드웨어’의 혁명에 관한 메시지였습니다.


진정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성장 시장에서 반드시 1등이나 2등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하드웨어적인 비전과 새로운 기업 문화를 창조해 내기 위한 무형의 소프트웨어적인 가치, 즉 현실 직시, 초일류의 추구, 인간적인 요소와 같은 주제들과 결합시켜야만 했습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이 세상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 보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허용하는 태도와 분위기가 조직 전체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최고의 품질과 초일류를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한계를 뛰어넘어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인간적 요소’는 사람들이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조직, 또한 개인의 창조성과 추진력은 자신의 최고 한계를 얼마나 더 멀리, 얼마나 더 빠르게 설정하는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확신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줍니다.


당시에 GE의 내부 또는 외부에서 위기 의식을 가졌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GE는 규모와 시장 자본 면에서 미국 10대 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으로서 미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들은 수년에 걸쳐 미국 시장을 차례로 공략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라디오, 카메라, TV 시장을, 그 다음에는 철강, 조선, 자동차 시장까지 공략해 들어왔습니다. 당시 GE에는 소형가전 사업부와 같은 경쟁력이 취약한 몇몇 사업부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익을 내고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 사업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따름입니다.


1등이나 2등 전략, 그리고 ‘fix, sell, or close’ 전략은 사실상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열심히 토론하고 이해했으며, 이성적으로는 대부분 동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전략들을 실행하려고 했을 때,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1등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사업부에서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부의 직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재빨리 변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웰치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GE가 추진해 왔던 모든 목표와 이니셔티브(initiative)에서 보듯이, 그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1등이나 2등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신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는 그 전략이 지적인 측면과 감정적 측면 모두에서 이루어지도록 애썼습니다. GE의 모든 경영 활동은 그가 제시한 비전과 관련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다른 비전들과 마찬가지로 1등이나 2등 전략 역시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경쟁 우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일상용품 사업과 같은 사업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값싼 수입품들이 판치고 있는 데다 가격 경쟁력도 없는 토스터나 다리미 시장에서는 1등이 되는 것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금융서비스 시장과 같은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는 틈새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한 1등이나 2등이 되지 못해도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그 단순한 비전을 GE의 42개 전략사업단위(SBU) 전체에 전달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지속적인 수익성 향상’은 웰치의 주된 경영방침이었습니다. 다행히 GE에는 그런 경영방침이 실현 가능한 경쟁력 있는 여러 사업부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단기 업적 중심의 수익성에 매달리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창출하는 데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을 매각함으로써 현금뿐만 아니라 회계상의 이익도 실현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사업부에 재투자하거나 또는 리스트럭처링에 필요한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주주들이 GE에게 기대하는 것이었으며, 또한 GE 주식을 사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매각을 통해 얻은 회계상의 이익을 다른 사업부를 개선하는 데에 할애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장난 지붕 수리필요한 자금을 갖고 있지 않다면 빗물이 샐 때마다 양동이를 받쳐놓는 식의 임시 방편 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산에서 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누수 지붕을 수리해 편안히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지붕을 고치듯이 그들은 수많은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했습니다.


그들은 각 사업부들의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들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이런 전략에 대해서 비평과 도전도 받았습니다. 어떤 기자는 ‘만약 GE가 1/4분기에 사업부 하나를 폐쇄하여 손해를 보고, 그 다음 2/4분기에는 다른 사업부를 매각해 이익을 나겼다면, GE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수리비를 갖고 있을 때 고장난 지붕을 수리했을 뿐이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회계 자체는 Cash flow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지만, 사업부를 전략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Cash flow에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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