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돈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돈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는지?
2. 경제의 기본 원리 : 거시적 관점 – 국민경제의 흐름
(1) 돌고 도는 돈.
① 돈이 왜 필요할까?
돌고 도는 게 돈이라고 합니다. A가 떡볶이를 먹고, 분식집 주인 B에게 돈을 주면, B는 그 돈을 문방구가게 주인 C에게 지불하고 자녀 학용품을 삽니다. 돈이 이렇게 돌고 돌아 시장에서 상품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이런 돈을 고상하게 표현한 말이 화폐입니다. ‘돈’은 소득을 의미하기도 하고, 재산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소득은 ‘유량(flow)’이고 재산은 ‘저량(stock)’입니다.
돈은 재화의 교환을 매개하며, 재화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울러 돈은 효과적 재산 저장 수단입니다. 오늘날 부동산, 주식과 더불어 돈은 재산의 기본 형태입니다. 다만 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돈 가치가 떨어지므로, 물가가 급격히 상승할 때는 돈이 아니라 금이나 부동산 같은 현물을 더 선호합니다.
또 원화의 가치가 하락할 것 같아 불안하면, 미국 달러를 사 모으기도 합니다.
돈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돈이 많아 강도의 표적이 되기도 하며, 재산상속 문제로 가족들 간에 분쟁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세시대 교황이 발행한 천당행 티켓인 면죄부를 산 신도들도 있습니다. 요컨대 돈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돈이란 그 돈으로 필요한 재화를 구매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지 그렇지 않다면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합니다.
② 화폐의 수요와 공급.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화폐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그리고 그 원리에 따라 국민경제는 물가, 고용, 성장 면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먼저 화폐의 수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화폐 수요는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투기적 동기에 의해 발생합니다. 소비나 투자 지출이 많을수록 돈을 더 많이 갖고자 합니다.
나라 전체로 보면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화폐 수요가 커집니다.
다만 국민소득의 증가 속도에 비해 화폐량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른데, 이는 주식을 사고판다든가 하는 식으로 국민소득과 직접 관계없는 금융거래가 급속하게 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투기적 동기로도 화폐를 수요합니다. 시장경제에선 온갖 게 투기의 대상입니다. 화폐의 투기적 보유란 화폐로 다른 자산을 구입할 적절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는 이자율과 반비례 관계를 갖습니다. 이자율 하락은 채권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따라서 이자율이 하락하면 이자율 상승을 기다리며 투기적 화폐 보유를 늘리는 것입니다.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투기적 동기에 의한 화폐 수요를 케인즈는 유동성선호(流動性選好)라 불렀습니다. ‘유동성’이란 흘러갈 수 있는 성질, 즉 다른 자산으로 쉽게 바뀔 수 있는 성질을 말합니다.
화폐의 공급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해진 경로에 따라 한국은행이 화폐를 공급합니다.
첫 번째 경로는 정부가 한국은행에 맡겨둔 정부예금을 인출하는 경로입니다.
두 번째 경로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공채를 매입하거나 대출을 해주는 경로입니다.
세 번째 경로는 외국인이 가지고 들어오거나 민간이 벌어들인 달러를 한국은행이 매입하는 경로입니다.
이렇게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에 흘러나온 화폐를 본원통화(本源通貨)라 합니다. 통화량은 본원통화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고, 요구불예금이나 저축성예금도 통화의 일부로서 예금통화라 부릅니다.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화폐의 가격인 ‘이자율’입니다.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투기적 동기에 의한 화폐 수요와 본원통화, 신용창조에 의한 화폐 공급에 따라 균형이자율이 결정됩니다. 이자율(금리)은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로 나누어집니다.
은행예금에 대한 이자율이 연 5%이고, 1년 동안 물가가 3% 상승했다면, 5%를 명목이자율이라고 하고, 2%를 실질이자율이라고 합니다.
③ 인플레이션과 그 효과.
‘돈값이 똥값이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물가가 올라서 돈 들고 시장에 가도 전과 달리 살 게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돈값이란 돈의 가격인 이자율이 아니라, 상품에 대한 돈의 상대적 가치를 말합니다.
특정 상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작용에 의해 결정되듯이, 상품 전반의 가격, 즉 물가수준도 수요와 공급의 작용에 의해 결정됩니다. 나라 전체의 총수요와 총공급에 의해서 물가가 결정됩니다.
수요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 하고, 공급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라 합니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설명은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가 상승한다’라는 ‘화폐수량설’이 있습니다.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공급 요인, 즉 상품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에 초점을 맞춥니다.
원유나 원자재가격 상승이 세계물가를 상승시킨 것이 대표적입니다. 독점기업의 이윤증대나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임금 상승 역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진짜 문제는 상품들의 가격변동이 불균등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다른 물가는 올라가는데 임금이 그대로라면 노동자가 피해를 봅니다.
현찰을 쥐고 있는 사람이나 채권자는 피해를 보게 마련입니다.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 예금자의 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초인플레이션 하에서는 미래에 대한 합리적 예측이 불가능해져 생산과 교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투기가 판을 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득을 보는 계층도 있습니다.
완만한(mild) 인플레이션은 경제 전체에 좋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부동산가격 상승이 일반 물가 상승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부동산 보유자가 횡재를 합니다.
④ 세계화폐인 달러가 누리는 특권과 그 모순.
미국은 매년 계속해서 천문학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거의 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MF사태라는 국가부도의 위기를 맞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기막힌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그것은 미국화폐는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세계화폐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인은 자기 나라 돈을 외국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을 때도 달러로 결제하면 됩니다. 이는 봉건영주의 화폐주조권에 비유할 만한 특권입니다. 미국은 금속도 소요되지 않고 종이돈을 찍어내면 됩니다.
원래 국제 거래는 오랫동안 일방적 약탈이나 물물교환 형태를 취했습니다. 그러다 점차 금이나 은이 세계화폐로 통용되었고, 1870년대에 구미에서는 금본위제가 정착되었습니다.
2차대전 후에는 ‘브레텐우즈 체제’라는 새로운 국제통화 체제가 들어서면서 오직 미국 달러화만 금과 교환할 수 있는 ‘금/달러 본위제’였습니다. 196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은 베트남 전쟁 등으로 재정지출이 늘어나 격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으나, 독일, 일본 등의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달라는 요구가 우려되었습니다.
마침내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달러화의 金 태환 중지를 선언하고, 이에 따라 브레턴우즈 체제는 사실상 허물어졌습니다. 이후 국제통화 체제는 ‘달러 본위제’로 바뀌었습니다.
달러 본위제는 몇 가지 심각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레텐우즈 체제가 붕괴된 이후 세계는 거품경제, 은행도산, 외환위기를 빈번히 맞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부동산투기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사태들의 중요한 요인은 달러와 같은 세계화폐, 즉 국제유동성의 과잉공급 문제도 있고, 매년 수천억 달러씩 적자를 보는 나라의 화폐가 세계화폐인 현실이 안정적일 수 없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달러로 표시되는 미국 채권이나 주식을 기피하면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칠 위험성이 큽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세계정부와 아울러 세계중앙은행의 설립도 우리 인류의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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