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력이라는 이름의 두 얼굴
나는 그냥 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그냥 한다’는 말은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인간이 숨어 있다.
하나는 이유 없이 그냥 하는 사람이다. 왜 하는지 모른 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계속 움직이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을 볼 때마다 바다 위에서 노를 젓는 뱃사공을 떠올린다. 목적지도 방향도 없이 노를 젓는 배. 어딘가에는 도착하겠지만,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상한 섬에 닿을 확률이 훨씬 높다.
그 섬에 도착했을 때, 그 뱃사공의 마음은 어떨까.
아마 엄청난 허탈과 허무가 밀려올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는 기분. 개인적인 좌절로 끝난다면 그나마 괜찮다. 정말 무서운 건, 그 지속력이 광기로 변할 때다. 방향이 틀렸는데도, 이유 없이 열심히 하는 것. 그 길이 나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해치는데도 멈추지 않는 사람. 신념 없이, 목적 없이, 그저 ‘열심히’만 하는 사람. 사람들이 말하듯, 신념 없이 열심히 하는 인간이 가장 무섭다.
나는 이 첫 번째 유형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반면, 또 다른 ‘그냥 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좋은 의미로 무섭다.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 목표가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에 매달리지 않는다. 과정 자체를 살아낸다. 성공은 대부분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고, 또 실패한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부르는 사람들 역시 그 과정을 반복해 왔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번 더 일어서는 힘. 아주 작은 한 발짝이라도 다시 내딛는 힘. 그 힘이 결국 사람을 목적지에 데려간다.
이런 사람들은 실패했다고 해서 자신을 학대하지 않는다. 고통에 빠져 주저앉지도 않는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저 멀리 높은 산이라면, 오늘은 한 발짝, 내일은 두 발짝, 모레는 세 발짝. 그렇게 계산하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그저 걷는다. 멈추지 않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미 도착해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대단하다고. 어떻게 해냈냐고.
하지만 그 사람은 우쭐대지 않는다. 결과만을 위해 걸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착을 상상하며 참고 견딘 것이 아니라, 걷는 과정 자체를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착했을 때도 구름 위에 떠 있지 않다. 담담하다. 평온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믿는다. 이런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결국 해낸다.
재능 때문도, 운 때문도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이미 완주에 가까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