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힘사, 나에게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

멈추지 않되 나를 다치게 하지 않는 방식

by 스텔라

오늘 요가 수업에 다녀왔다.

첫 수업이었다. 요가는 좋아하지만, 약속됨. 규격. 정해진 동작과 리듬 안에 나를 맞추는 일은 늘 어렵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선생님은 말했다.


무릎을 더 당기세요.

어깨를 내려요.

조금만 더 늘려볼게요.


그 말들이 나를 위한 말이라는 걸 안다. 이 동작들이 결국 몸을 열고 통증을 줄이고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 거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안 되는 걸 어떡하겠어. 어깨는 땅에 닿지 않고, 무릎은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다. 몸은 지금 여기까지만 허락한다. 그래도 조금씩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참고, 견디고, 반복해야 발전이 있다고.


그래서 내가 발전이 없나.


그 말 앞에서 스스로에게 핀잔을 준다. 나는 왜 이렇게 편안함을 먼저 택하는 사람일까. 나는 왜 ‘조금 더’가 이렇게 어려울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다 무거운 마음이 드는게 뭐람.



수업이 끝난 뒤, 한 단어를 알게 됐다. 아힘사(Ahimsa). 요가 철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태도라고 했다. 타인에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폭력을 쓰지 않는 것. 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법륜스님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원하는 게 있으면 결과와 상관없이 그 방향으로 그냥 계속 가보세요.

지금 안 되면 다시 해보고, 백 번 안 되면 백한 번을 해보고, 이백 번이 지나도 안 되면 삼백 번 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안 됐음을 받아들이고, 다시 해보고, 또 받아들이면서 그래도 멈추지 않는 것. 나는 그동안 ‘지속한다’는 말을 이를 악물고 견디는 일로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편을 통과해야만 성장한다고, 나를 밀어붙여야만 앞으로 간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요가 매트 위에서 알게 됐다. 진짜 폭력은 멈추는 게 아니라, 나를 미워한 채 계속하려는 태도였다는 걸.



아힘사는 포기가 아니다. 느슨함도 아니다. 아힘사는 나를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하는 방식이다.

오늘의 몸이 여기까지라면 여기까지를 받아들이고, 내일 다시 그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어깨가 땅에 닿지 않아도 요가를 그만두지 않는 것. 잘하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그래도 다시 매트 위에 올라서는 것. 나에게 필요한 성장은 참아내는 힘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서 계속 가는 힘일지도 모른다. 결과를 재촉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이래서 안 된다’며 채찍질하지도 않되 ‘이쯤이면 됐다’며 내려놓지도 않는 것. 그저 내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오늘 한 걸음, 내일 또 한 걸음. 아힘사는 그렇게 걷는 것이다.


나에게 폭력을 쓰지 않으면서, 그래도 멈추지 않는 것. 요가는 몸을 늘리기보다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성장은 고통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지속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그 방향으로 걷는다. 조금 느리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image.png 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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