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나는 조금 달라진다.
낮에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산다.
웃고, 일하고, 아이의 말을 들어준다.
겉으로는 평범하다.
하지만 불을 끄는 순간
생각이 조용히 속도를 높인다.
“주식이 오늘 빠졌던데.”
“그 말투, 왜 그랬지?”
“이번 달은 괜찮을까?”
사소한 생각들이 서로를 부른다.
‘혹시.’
‘만약.’
‘그러면.’
나는 멈추지 못한다.
이미 오지 않은 미래 속에서 미리 상처받는다.
나는 그걸 철저함이라 불렀다.
준비성이라 믿었다.
그날, 친구가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넌 걱정에 중독된 것 같아.”
중독.
나는 걱정을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늘 걱정을 붙잡고 있었다.
왜일까.
그 질문 끝에서
나는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밤 10시에만 나타난다.
거실 액자 속에서 걸어 나와 속삭인다.
“걱정을 없애려 하지 말아요.”
이 이야기는
그녀와 나의 대화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