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이상하지 않아?”
칼 리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잔 받침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마치 그가 하려는 말의 예고편처럼.
“뭐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사실은 방금 전까지 내가 늘어놓은 걱정 리스트가 머릿속에서 아직도 회전 중이었다.
주식, 관계, 경제, 아이들, 건강…
그 단어들이 커피 위에 둥둥 떠 있는 거품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말했다.
“넌 걱정을 일부러 만드는 것 같아.”
나는 웃었다. 정확히는 비웃음에 가까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세상에 누가 일부러 걱정을 만들어? 나 지금도 숨 막혀 죽겠는데.”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내 말은… 걱정이 없으면 네가 더 불안해 보인다는 거야.”
순간,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다.
나는 그 반응을 숨기기 위해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걱정이 없으면 오히려 네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보여.”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는 걱정이 싫었다. 고민이 싫었다. 불안이 싫었다.
한번 걱정이 시작되면 그 생각은 실타래처럼 엉켜 밤까지 따라왔다.
나는 그 실을 끊어내고 싶어서 발버둥 쳤다.
“지난번에 말했지?”
칼 리가 말을 이었다.
“주식이 잠깐 휘청였다고. 그런데 다시 수익 났다고도 했어.”
“응. 그건 그냥… 잠깐이었지.”
“그 다음 날 네가 나한테 전화했어. 많이 손해 봤냐고, 괜찮냐고. 내가 물으니까 넌 그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고는 또 다른 걱정거리를 꺼냈지.”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맞다. 주식 얘기는 금방 끝났다. 대신 그날은 크리스티나와의 갈등을 한 시간 넘게 이야기했다.
그 다음 주에는 사업 얘기였다. 그 다음엔 건강.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
그는 조용히 말을 정리했다.
“20년 동안 네 얘길 들으면서 느낀 건데,
넌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겨.
그게 해결되면 또 다른 게 나타나. 마치… 릴레이 같아.”
나는 반박하고 싶었다.
삶이 원래 그런 거 아니냐고.
고난은 끊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인생 아니냐고.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
나는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숨을 멈췄다.
“넌 걱정에 중독된 것 같아.”
그 말은 공기 중에 오래 떠 있었다.
중독.
나는 그 단어를 천천히 굴려 보았다.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쇼핑 중독. 관계 중독.
하지만 걱정 중독?
누가 걱정에 중독된단 말인가.
걱정은 괴로운데.
걱정은 피하고 싶은데.
“그건 좀 심한 거 아니야?”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차분함은 종종 방어의 다른 이름이다.
칼 리는 내 표정을 읽으려는 듯 잠시 나를 바라봤다.
“처음엔 나도 네가 그냥 힘든 줄 알았어.
그래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도 찾으려 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넌 해결되기를 바라면서도… 완전히 해결되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
“그게 무슨 말이야.”
“걱정이 사라지면 네가 허공에 뜨는 것 같아. 불안의 중심이 사라지니까.”
나는 웃었다. 억지로.
“내가 무슨 걱정 없으면 심심해서 일부러 걱정 만든다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가 일부러 의식적으로 만든다는 게 아니야.
다만… 걱정이 네 삶을 굴리는 엔진 같다는 거지.”
엔진.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운전대를 잡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신호등이 바뀌는 것도 보지 못한 채 뒤차의 경적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걱정이 엔진이라고?
그날 밤,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머릿속은 조용하지 않았다.
주식. 사업. 아이들. 건강. 관계. 미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 문득 이상한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이 모든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그 질문에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대신 또 다른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정말… 걱정에 중독된 걸까?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나는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