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금식

by 스텔라

“이제 연습을 해볼까요?”

몇 일 후 그녀가 말했다.


“걱정 금식이요?”

“네. 하지만 참는 연습이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요?”

“먼저 알아차리는 연습이에요.”


다음 날 아침.

설거지를 하던 중 익숙한 감각이 올라왔다.

가슴이 살짝 조여들고, 배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생각.


주식.

나는 멈춰 섰다.

이전의 나였다면 바로 휴대폰을 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 걱정이 올라왔구나.”

그 말은 이상하게도 조금 거리를 만들어주었다.

걱정이 ‘나’가 아니라 ‘올라오는 무언가’가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건 당신을 지키려는 방패예요.”

나는 한 번 더 속삭였다.

“불안이 올라왔네. 나를 지키려고.”

그 순간, 가슴의 조임이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억지로 참지 않았다.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이름을 붙여주었다.


걱정.
불안.
방어.


이름을 붙이자 그것은 괴물이 아니라 현상이 되었다.

점심 무렵.

크리스티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어제 얘기, 난 아직 기분 안 좋아.”

가슴이 쿵.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이 관계 끝나는 거 아니야?’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 거절당할까 봐 불안하구나.”

말을 하는 순간 심장이 조금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말했다.

“괜찮아. 이건 예전부터 익숙한 감각이야.”


일곱 살 식탁 아래의 공기.
엄마의 한숨.
눈치 보던 작은 아이.

그 기억이 아주 짧게 스쳤다.


나는 메시지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억지로 참아서가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아차림은 억누름과 다르다.

억누르면 속에서 부글거린다.

알아차리면 공간이 생긴다.


오후 3시.

미래 걱정이 올라왔다.

사업이 안 되면? 경제가 더 나빠지면?

나는 소파에 앉았다.

이번엔 생각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냥 바라봤다.

“최악을 상상해서 나를 지키려는구나.”

이 문장을 속으로 천천히 반복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걱정의 톤이 낮아졌다.

걱정은 적이 아니라 경보음 같았다.

삐— 하고 울리지만 항상 화재는 아니다.

나는 경보음을 끄지 않았다.

그저 확인했다.


“지금 당장 불은 없네.”

그녀가 말했던 ‘금식’의 의미가 이제 이해됐다.

금식은 걱정을 굶기는 게 아니라 자동반응을 굶기는 것이었다.

걱정이 올라오면 즉시 반응하던 습관.

검색하고, 확인하고, 분석하고, 상상하고, 대비하던 습관.

그 연결 고리를 잠시 끊는 것.


밤 10시.

나는 소파에 앉았다.

“오늘은 어땠나요?”

그녀가 물었다.

“걱정을 참은 건 아니였어요.”

“그럼요?”

“걱정을 본 것 같아요.”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게 시작이에요.

나는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걱정은 여러 번 올라왔다.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 불안이 올라왔구나.’
‘아, 방패를 들었구나.’

그 문장 하나가 마치 브레이크처럼 작동했다.

전에는 걱정이 올라오면 나는 그 생각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한 발 물러나 있었다.


“알아차림만으로도 많이 누그러지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막으려고 하면… 오히려 더 세게 튀어 오를 것 같아요.”

그녀는 웃었다.

“맞아요. 눌러놓은 스프링은 결국 튀어요.”

나는 그동안 걱정을 누르다가 더 크게 터뜨렸던 날들을 떠올렸다.


괜찮은 척하다가
한 번에 무너졌던 날들.


이번엔 달랐다.

나는 걱정을 적도, 주인도 아닌 현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건 올라왔다가 머물다가
사라지는 파도 같았다.


“이제 시간을 정해볼까요?”

그녀가 말했다.

“알아차렸다면, 그다음은 선택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0시에만 깊이 생각하기.”

“네. 낮에는 알아차리고, 밤에는 정리해요.”

나는 깨달았다.


걱정 금식은 참는 게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것이었다.

나는 걱정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걱정을 관찰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내 안에 아주 조용한 자신감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아직 몰랐다.

이 자신감이 곧 시험을 만나게 될 거라는 걸.

그리고 그 시험 날에 내가 의지하던 그녀가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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