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걱정과 함께

by 스텔라

몇 달이 지났다.

걱정은 여전히 올라온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일정이 스친다.
아이들 건강,
사업의 수익,
지인의 말투.

가슴이 아주 미세하게 조일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속으로 말한다.


“아, 불안이 올라왔구나.”


그 문장은 이제 자동처럼 튀어나온다.

예전처럼 그 생각을 붙잡아 분석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최악의 시나리오를 끝까지 달리지 않는다.

그저 안다.

아, 나를 지키려는 방패가 올라왔네.

필요하면 쓴다.
필요 없으면 내려놓는다.

걱정은 더 이상 내 삶의 엔진이 아니다.


가끔은 여전히 지옥 같은 감정이 찾아온다.

관계가 어긋나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내가 또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순간에도 나는 안다.

지옥은 감정이 아니라
‘나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래서 나는 멈춘다.

숨을 들이마시고 한 문장을 떠올린다.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그 문장은 내가 완성한 문장이다.

누군가 대신 말해준 위로가 아니라,
내가 지옥 한가운데에서 만들어낸 문장.


이제 나는 그녀를 기다리지 않는다.

가끔 소파에 앉아 눈을 감으면
그녀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분리된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부드럽고,
단정하고,
판단하지 않는 시선.


나는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방어하고,
여전히 억울해하고,
여전히 걱정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다르다.

나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

실패해도,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져도,

나는 나를 지옥에 가두지 않는다.


걱정은 여전히 파도처럼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나는 그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 파도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잔잔하고,
어떤 날은 거칠다.

하지만 바다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그 바다는 나를 삼키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나를 깊게 만들기 위해 있다는 걸.

나는 여전히 연습 중이다.

그리고 연습 중이라는 건,

오늘도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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