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기록] 너, 내 동료가 돼라!

by 영애비

“너, 내 동료가 돼라.”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꼭 던지는, 약속 같은 대사다.

사전에서 말하는 동료의 의미는 이렇다.
같은 직장이나 같은 부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
또는 같은 무리에 속한 사람.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동료는 언제나 든든하다.

그 공유의 대상이
같은 ‘공통된 아픔’ 일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허리 통증도 마찬가지다.

루피의 동료가 꿈과 희망으로 묶인 관계라면,
우리의 동료애는 삐끗한 관절과 예민해진 신경 위에서 피어난
‘고통의 연대’다.


허리 통증을 다루는
유명한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세계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공감과 이해가 넘쳐흐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유된 아픔’
모든 것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우리 직장에도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통증의 원인도, 양상도, 치료법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점이 하나 있다.

허리에 관한 사연을 꺼낼 때
나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이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도 후회된다니까.
그날 내가 대체 왜 그 짓을 했을까?”


출근길 추돌 사고나
낙상 사고로 인한 허리 통증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고’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도
얼굴을 찡그리며 함께 아파한다.

문제는
‘사고’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한 경우다.


말하는 사람은 진지한데,
듣는 사람들은 표정 관리가 필수다.

허리가 아파 본 ‘동료’들조차 이런데,
허리가 한 번도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참기 어려운 포인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들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허리를 다쳐
우리 ‘동료’ 그룹에 합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자를 들다가 허리를 다치게 되는 경우 역시
조금 애매하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상자가
‘학교 모의고사 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 이야기는
단숨에 웃음 포인트로 이동한다.

그래서 상자의 정체는
대개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학교 후배 교사 중에는
젊은 시절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던 친구가 있다.

통증과 함께
십 수년을 살아온 탓인지
이제는 어느 정도
초탈한 모습까지 보인다.

그 후배 교사는
통증이 너무 심해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경우가 아니라면
그걸 통증이라고 치지도 않는다.


허리가 아프지 않던 시절,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머지않아 마주할
나의 미래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아니 글쎄,
양말을 신는데
허리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나더라니까요.”

“양말을 신는데
허리가 나간다고요?”

“그러고 나서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잖아요.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요.”


더한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친구 녀석인데,
이 친구 앞에서는
재채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어허, 재채기 너무 크게 하지 말라니까.
그러다 허리 나간다.
우스워 보이나?
아파 보면 절대로 그런 이야기 못 한다.”


한 번도 허리가 아파본 적 없는 사람들은
아마 믿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정말 흔하다.

심지어 웃다가
디스크가 터진 사례도 있다.

웃다가 허리가 망가진다니.
정말 웃기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 허리가 건강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사소한 행동 하나 때문에
내일 당장이라도
우리 ‘동료’가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꼭 기억해 두자.

허리는
대단한 순간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던 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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