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낙서장

"최상위권은 공대 대신 의대를 가는 나라"라는 그대에게

모욕적이며 심지어 딱히 맞는 말도 아닌데 국까짓으로 이상한 자위하는 논리

by 모자란사람

요 근래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을 보면 그런 말들이 참 많다.

우리나라는 최상위권은 공대 대신 의대를 간다.

그래서 노벨상도 못 받고 기술력도 뒤 쳐진다.

우리나라 이공계는 망했다.

난 오늘 이렇게 지껄이는 자칭 "국가의 과학기술"에 관심 많은 애국자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일단, 이들이 말하는 최상위권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 수능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수능을 통해 대학을 간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는 사람은 적고, 박사 과정까지 가는 사람은 비율적으로 더 적다.

즉, 대부분의 사람에게 학문=수능이다.

수능 수학에서 100점 맞는 사람이 필즈상 수상자이고, 수능 과학에서 100점 맞는 사람이 노벨상 수상자이다.

딱히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나도 20살 21살 22살때 그렇게 생각했고 부모님한테나 친구들한테 그렇게 말했고 여자 꼬실때 저런 말 했다. 뭐 자랑스런 아들이자 안주거리로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는게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진짜 문제는 저걸 진지하게 저렇게 생각하며 한국 이공계 자체를 수능 못 본 패배자 무리로 취급할 때 발생한다.


물론 수능, 나도 봤지만, 논리와 사고력을 요하며, 성실함을 요구한다.

근데 일단 수능은 고등학교 내용까지 다룬다.

나도 자이스토리 등을 통해 90년도 수능부터 공부를 해온 사람이지만 우리나라 수능 역사상

선형 대수학과 해석학 그리고 고차 미분 방정식 등이 수능 수학에 나온 사례는 없다.

끽해야? 기하와 벡터 (라떼는) 그리고 적분과 통계 (마찬가지로 라떼는)이다.

과학의 경우 더 심하다.

물리 1을 예시로 들면 이건 마치 뭐 고1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아는 것처럼 되어있는데,

물리 1에는 회전 관성조차 다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런 고등 과정 이후 대학 과정에서 다뤄지는 것 또한 다 구닥다리 기술이다.

지금은 21세기.

그 어렵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조차 대충 일제강점기, 1차 세계 대전 정도에 나온 기술이다.

뭐 과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건 컴퓨팅 기술이다.

AI 이전에 컴퓨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엔 선형 근사와 선형 대수학, 그리고 이산 수학이 베이스가 된다. 게다가 코딩에 대한 기술적 숙련도도 있어야 한다.

데이터 사이언스 한정으로 통계학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하다. 그 적통 수준 말고, 각종 확률 모델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건 수능 수학에서 다루지 않는다. 수능 과학도 마찬가지.

단순히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박사 과정, 아니 어쩌면 석사 정도 레벨에서도 기존 연구 대비 노블티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암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문제를 정의하고, 출처를 인용하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뽑아내고, 이를 다른 연구자에게 논문과 학회라는 포맷으로 학술적 영어로 마케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건 수능에서 요구되지 않는다. 아.. 어떻게 보면 수능 국어랑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근데 그것도 연관이 있는 정도지, 수능 국어는 수능 파본 사람은 알겠지만 결국 스킬이다. 본인도 책 읽는 거 싫어하는데 수능 국어는 가뿐히 1등급 받았다.


물론 혹자는, "그런 거 다 대학 가서 배우고, 결국 수능 잘 본 애들이 연구도 잘하는 거 아니야~?"라며 또 사타구니 벅벅 긁으면서 내가 말하는걸 벌레 보듯 취급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양의 상관관계는 있겠지

근데 내 주변에 대입은 못 했는데, 대학원 우리 학교로 와서 실적 잘 뽑고, 심지어 뭐 지방대 박사라도 citation 높은 사람도 많다.

오히려 나같이 대입은 잘했는데, 통합 5년 차 주제 citation 20도 안 되는 병신보다 그런 사람이 훨씬 연구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은 뭐 그리 연구라는 것에 통달했기에,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수준을 수능을 의대 간 애들보다 못 본 패배자 새끼 취급하고 우리나라 과학과 공학 수준에 침을 뱉는지?


나도 연구 못하는 병신이지만, 일단 우리를 패배자 새끼 취급하려면, 적어도 박사 학위는 취득하고 말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추가하자면, 막말로 우리가 패배자 병신 새끼라고 치자. 그걸 앞에서 패배자 새끼라고 하는 당신 인성은 안녕하신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모님을 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