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꾸라꾸를 조심하라
석사, 박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대학원 지원 이전에 랩실컨택을 먼저 하게 될 것이다.
컨택은 단순히 이메일 한 통 보내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최소 2년, 길게는 5년 이상을 함께 보낼 공간과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다.
따라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내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컨택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보 모으기”다.
다들 우선적으로 내가 원하는 학과, 학교 등은 어느 정도 파악되어 있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학교사이트 학과정보를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이다.
한 학과당 최소 6~7여 명의 교수님이 계시고, 각 랩실을 운영하고 계신다.
여기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랩실 현황을 다 파악하기에는 생각보다 알아봐야 할 사항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래서 필요한 건 체계적인 접근이다.
모든 걸 한 번에 알 수는 없으니, 큰 그림에서 세부사항으로 좁혀가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이 랩실이 꾸준히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인가?’ → ‘현재 어떤 과제를 수행 중인가?’ → ‘연구실 분위기는 어떤가?’ 순서로 접근해 보자.
특히 대학원은 보통 석사과정생 비중이 높아 랩실의 구성원 사이클이 매우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연구실을 이끌어가는 큰 축의 연구는 존재하지만, 세부 주제는 매년 달라지고, 올해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더라도 내년에는 부족해질 수 있다.
따라서 과거 몇 년보다는 최근 현황을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각 단계별로 확인할 방법을 살펴보자.
교수님 이름과 학교명을 함께 입력해서, 교신저자로 게재된 논문들을 최신 연도 기준으로 확인해 보자.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논문을 내는 랩실인지, 아니면 몇 년간 잠잠한 연구실인지 쉽게 구분된다.
연구성과에 관심이 많거나 논문 편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꼭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다.
학교사이트에서 교수님 논문이력을 명시하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현시점 최신이 아닌 경우가 많다.
구글 스칼라, RISS 혹은 각 학교 도서관사이트(교수님 논문이력을 정리해 두는 곳도 있다)에서 따로 검색하여 확인해 보자.
https://scholar.google.co.kr/schhp?hl=ko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다른 곳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은
아마 좀 더 본인 분야에서 주로 수행하는 연구기관의 자체 사이트에 가서 검색을 곧잘 할 것이다.
처음 검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사이트는 사이언스온(ScienceON)을 추천한다.
여기서 교수님 성함, 소속을 검색하면 과거 어떤 과제를 책임자로 수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협업하는 기관이나 연구실까지 보이므로,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때도 좋은 참고가 된다.
다만 현재 수행 중인 과제, 과거 과제 중 공동연구원으로 있는 경우, 기업과제로 참여한 경우 등은 검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https://scienceon.kisti.re.kr/main/mainForm.do
그 연구실에 실제로 재학 중인 학생 및 졸업자들의 이야기가 가장 좋지만,
그들과 접할 기회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대학원생 중심의 커뮤니티 글을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연구실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지만 여기는 편향된 글이 많다.
좋은 연구실은 오히려 정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특정인의 불만 글 때문에 실제보다 나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좋은 랩실인데 악의적인 몇몇 글 때문에 이미지가 망가진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따라서 커뮤니티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최종 판단은 반드시 본인이 컨택 과정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https://www.ibric.org/bric/community/community.do
꼭 직접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메일과 전화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능하다면 연구실을 직접 방문해서 교수님 면담과 연구실 투어를 하자.
최근에는 Zoom으로 면담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지만, 직접 가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교수님과의 대화뿐 아니라, 연구실 분위기, 구성원 태도, 근무시간 패턴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저녁 시간대 이후로 방문을 잡아보자.
그 늦은 시간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당연하다는 듯” 앉아있다면,
늦은 퇴근이 일상화된 연구실일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샴푸 등 세안도구 및 라꾸라꾸 같은 간이침대가 있다면… (안타깝지만 그런 곳은 종종 있다) 연구실의 ‘생활 밀착형’ 분위기를 각오해야 한다.
동대학 진학이 아니라면, 지원하려는 학과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솔직히 그 학과에서 ‘좋은 연구실’이라고 불리는 곳은 자대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이는 교수님 입장에서도 이미 오래 지켜본 학생을 선호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따라서 타대생이라면 제한된 TO 안에서 내가 자대생들과 경쟁했을 때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스펙 비교가 아니라, 내가 이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기여할 수 있는 차별성과 강점을 명확히 어필해야 한다는 의미다.
왜 중요할까?
행정직원이 있는 연구실은 각종 행정 업무(연구비 집행, 출장/학회 신청, 구매 발주, 세금계산서 처리 등)를 대신 처리해 준다.
반면, 행정직원이 없는 연구실은 대학원생이 직접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연구·논문 외에 불필요한 잡무로 시간을 소모하게 되고,
이러한 일은 생각보다 굉장히 큰 스트레스가 된다.
연구실 홈페이지나 면담 시 “행정직원이 따로 있나요?”라고 직접 물어보기.
만약 없다면, “연구비 집행은 학생이 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기.
학생이 담당하는 경우 → 경험이 쌓이는 장점도 있지만, 연구 몰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단점도 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건비(장학금 등 금전 지원)
자연계 대학원은 “연구”가 곧 “노동”이다.
따라서 연구비 프로젝트에서 학생 인건비(연구원 인건비) 또는 학교 차원의 장학금이 지급되는지가 핵심이다.
컨택 시 반드시 “석·박사 과정에 대해 매월 생활비 지원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기.
금액 수준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예: 석사 ○○만 원, 박사 ○○만 원 이상).
그런데 컨택 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인건비(생활비, 장학금, 등록금 지원) 문제이다.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돈 얘기만 먼저 하는 학생”처럼 비칠 까봐 꺼리거나, 혹은 재정 사정 때문에 명확히 답변하기 어려워서 피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접근할 때는 직접적인 금액 질문보다는, 장학 제도·연구실 시스템에 대한 질문 형식으로 우회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지원해 준다”는 말만 듣고 안심하지 말고, 최근 1~2년간 학생들이 실제 얼마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런데 이게 정말 쉽지 않다.
좋게 얘기하다가도 돈 얘기가 나오는 순간 태도가 바뀌는 교수님들이 있다.
솔직히 매년 과제현황에 따라 연구실의 재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너무 인건비에만 의존하는 생활을 계획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많은 대학원생이 장학재단 생활비대출, 등록금대출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여유 자금은 확보해 두고 입학하는 게 좋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할 수 있도록 항목별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보았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참고가 되길 바란다.
본인에게 필요한 점을 확인하고 컨택 시 주의 깊게 보자.
연구실 규모 (학생 수, 박사·석사 비율)
자대생 비율
행정직원 유무 (연구비 집행, 구매, 출장·학회 신청을 학생이 담당하는지 여부)
연구실 내 기기·시설 (공용 장비 관리체계, 최신 장비 도입 여부)
연구실 분위기 (출퇴근 시간, 야근/주말 근무 문화, 회식·모임 빈도)
월 생활비 지원 여부 (석사 기준 ○○만 원, 박사 기준 ○○만 원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확인)
등록금 전액/부분 지원 여부 (교내 장학금, 프로젝트 장학금 등)
과제 기반 인건비 지급 여부 및 출처 (정부 과제, 산학과제, 개인 과제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 여부 (향후 3~4년간 지속 가능성, 박사과정의 경우 중요)
최근 3~5년간 논문 성과 (교수님 교신저자 논문 수, IF/저널 등급, 공동연구 네트워크)
연구 과제 현황
학회·국제 컨퍼런스 발표 기회 제공 여부
해외연수·교환 연구 경험 지원 여부
졸업생 진로 (사기업, 정출연, 교수, 해외 박사 후 연구원 등)
행정/잡무 분담 정도 (실험·연구 외에 행정업무 과다 여부)
그리고 석사, 박사 과정에서 다르게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석사 때 한 연구로만 무조건 취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석사 연구 주제와 상관없는 분야에서 연구직으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석사 학위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처음 접하는 일이어도 문제를 해결해 나갈 능력이 있다”는 증명이라고 한다.
전공과 취업 분야가 완전히 들어맞으면 이상적이지만,
약간 다르다고 해서 지원을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따라서 원하는 랩실의 연구주제가 다소 다르게 느껴진다면,
열린 사고로 내가 희망하는 업계와 연결될 가능성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다.
이때는 비슷한 시기의 동료 의견보다, 해당 업계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실무자의 조언을 듣는 것을 특히 추천한다.
박사과정은 단순히 ‘실험 잘하는 사람’을 넘어, 결국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컨택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도 석사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박사과정 동안 쌓는 네트워크는 곧 본인의 학문적 자산이 된다.
해당 지도교수가 해외 공동연구를 활발히 하는지, 국제학회에서 발표 경험이 많은지, 학과 내외 협업연구실과의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꼭 살펴보자.
나중에 해외 포닥(Post-doc)이나 교수직을 준비할 때 이 네트워크가 결정적인 발판이 된다.
박사과정은 최소 4~5년, 길게는 그 이상이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연구실의 주요 과제가 중단되거나 연구비가 줄어들면, 연구실 분위기와 본인의 연구 진행에도 직격탄이 된다.
컨택할 때 교수님이 책임자로 수행하는 장기과제가 있는지,
또는 안정적인 연구비 확보 구조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연구실에서 박사 졸업하면 어디로 가는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박사 졸업생들이 어떤 수준의 저널(IF, 논문 수 등)에 게재했는지,
이후 어떤 진로(정출연, 기업 연구소, 교수, 포닥 등)를 밟았는지를 확인하자.
이는 곧 본인이 몇 년 뒤 어떤 위치에 서게 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지표다.
일부 연구실은 과제 수행 위주라 학생이 독립적인 주제를 꾸리기 어렵다.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유도를 허용해 박사가 스스로 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환경도 있다.
단순히 “주어진 과제만 소화하는 구조인지”, 아니면 “개인 연구 역량을 넓힐 수 있는 분위기인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아마 없지 않을까?
이들 중에서 내가 어떤 부분을 우선시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부분을 내가 포기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메일은 너무 화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 필수 파일
CV (학력, 연구 경험, 수상 등 간단명료하게)
성적증명서 (학부/석사 모두)
자기소개서 또는 간단한 연구 관심사 정리
▷ 선택 사항
논문 요약본(학위 및 저널논문, 박사는 필수사항)
발표 자료 (포스터, 구두발표 등)
연구과제 참여 확인서
추천서
파일형식은 워드(. docx)나 한글(. hwp) 형식을 추천한다.
요즘 일부 학생들이 PPT 형식 포트폴리오를 보내기도 하는데,
자연계 교수님들 사이에서는 선호도가 낮다.
깔끔한 문서 형식이 훨씬 좋다.
26년 3월 입학을 한다는 가정하에 시기별 준비사항을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는 정답이 결코 아니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정도의 참고사항이 되길 바란다.
원하는 전공 분야 및 교수님 후보군 정리
논문 업로드 빈도 확인 → 연구실이 꾸준히 활동 중인지 파악
교수님 연구 과제·기관 협업 현황 조사
지인 및 커뮤니티에서 분위기 대략 파악 (단, 말만 참고, 직접 컨택 통해 분위기를 확인해야 함)
컨택 메일 발송 (CV, 성적표 등 파일 첨부)
교수님 면담 요청 (가급적 대면), 연구실 분위기 및 시간 패턴 직접 관찰
방문 시점으로는 저녁 이후 시간 추천 → 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에 사람이 있다면, “그게 당연한 실험실”일 가능성 있음
랩실 인턴 1~2개월 추천 → 실험 및 기기 경험, 기존 학생들과 관계 형성
자기소개서 및 연구계획서 작성
원서 접수, 제출서류 정리, 면접 준비 (영어 자기소개, 전공질문 등)
가능하다면 정식 입학(개강) 전에 랩실에 나가 준비 및 적응
사실 박사과정 준비생이라면 석사생활을 기반으로 본인만의 기준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을 것이다.
본인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본인만의 기준을 세워 계획을 세우면 될 것이다.
교수님 후보군 정리, 연구실 논문·과제 현황 분석
졸업생 논문 실적 및 진로 분석 (교수직·기업·공공 연구소 등)
공동연구 현황, 학회 활동, 연구 네트워크 확인
컨택 메일 발송 (CV, 연구계획 요약, 성적표 등 첨부)
교수님과 면담 → 자율성, 연구 방향, 졸업 요건 직접 확인
랩실 인턴 3개월 정도 추천
→ 새로운 실험이나 기기를 빠르게 습득하여 입학 후 즉시 연구 투입 가능
→ 현재 석·박사 학생에게 “이 친구면 같이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줄 기회
(혹시 랩실이 영 아닌 것 같은 경우 다른 곳 인턴도 할 것을 대비하여 여유 있게 기간을 잡자)
연구계획서 완성, 추천서 확보
최종 지원서 접수 및 면접 준비
입학 전 랩실 출근 통한 적응, 장비 및 환경 사전 숙지
요약하자면
석사: 준비 약 6개월, 논문성과보다는 연구실 분위기 중점적으로 확인. 인턴 경험은 “적응”에 초점.
박사: 준비 약 1년, 연구성과·네트워크·연구비 안정성이 핵심. 인턴 경험은 “빠른 투입”과 “선배로서 인정”에 초점.
그렇게 입학한 곳이 반드시 좋은 곳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실 들어가서 생활해 보기 전까지는, 그곳이 나에게 맞는 연구실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최소한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그때 좀 더 알아볼걸…” 하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완벽한 연구실은 없지만, 본인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직접 만나고 질문하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컨택은 단순히 문을 두드리는 절차가 아니라, 앞으로 수년간의 삶과 성장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그러니 두려움보다는 성찰을, 조급함보다는 신중함을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연구실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