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
나는 어떻게 보면 계속 비주류 전공에 몸담고 있다.
자연계·이공계에서 ‘뜨는 학과’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기에는
소위 말하는 ‘전화기’—전기전자, 화학공학, 기계공학—가 철밥통 학과로 꼽혔다.
그와 동시에 의전원 진학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생명공학, 바이오 계열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대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컴퓨터공학과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코딩을 배우고, ‘개발자’라는 직업이 가장 빛나는 시대가 왔었다.
지금은 AI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오히려 컴퓨터공학과조차 “이제는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류 전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어왔다.
그러나 그 변동 속에서도, 내가 몸담은 전공은 언제나 논외였다.
그렇다면, 주류 전공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돈과 취업률이다.
연봉 순위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학과가 곧 ‘잘 나가는 전공’이 되고,
하위권은 ‘비주류’라는 낙인을 받는다.
학문적 가치나 사회적 필요성이 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돈을 잘 버는지, 취업이 잘 되는지가 전공의 위치를 결정하는 사회.
그 안에서 누군가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필요하지만 덜 주목받는 길을 걷는다.
나는 예전부터 ‘의식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는 한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유행이나 산업 트렌드는 늘 변하지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의(衣), 식(食), 주(住)다.
그렇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할지언정,
결코 망하거나 무너질 일이 없는 분야라고 나는 믿었다.
오히려 사회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의식주에 대한 관심은 더 세밀해지고, 요구되는 수준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입고, 먹고, 거주하는 차원을 넘어,
안전성·품질·지속가능성 같은 새로운 가치가 덧붙여지고,
그것이 또 하나의 시장과 연구 영역을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나는 자연스럽게 식(食),
사람이 먹는 것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해왔다.
먹는 것은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음식은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고, 사회·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으며,
나아가 환경과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성까지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식’이라는 틀은 절대 벗어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중간에 전공을 바꾸는 선택을 하긴 했지만, 오히려 같은 틀 안에서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다소 돌아가는 길 같아 보였어도, 오히려 덕분에 나는 이 영역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내 전공이 속한 산업은 인터넷에 돌고 있는 연봉 순위표에서 늘 최하위권에 있다.
선배들도 한결같이 말했다.
“이 분야는 개인 사업을 하지 않는 한, 같은 직무 안에서는 돈을 크게 벌기 어렵다.”
그래도 나는 내 전공이 좋기에 이런 말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돈을 잘 벌고 못 벌고의 문제를 떠나,
이 전공은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영역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부 전공이나 대학원 전공을 선택할 때, 이유가 취업 때문일 수도 있다.
이는 극히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주류 전공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 분야에 뛰어들어 잘 해내고 있다면 좋은 일이고,
설령 기대만큼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느낀다면 그것 역시 괜찮다.
다만 정말 나와 맞지 않는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주류 전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버티며 마지못해 선택하는 것은 결국 큰 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
비주류 전공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왜 그런 유망하지 않은 분야를 하냐”는 식의 말을 던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각자가 선택한 길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전공을 바꾸고 싶다면, 단지 지금 주목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뛰어들지 말자.
떠오르는 전공도 언젠가는 바뀌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생각보다 쉽게 뒤바뀌니까.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그 전공이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