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다.
공백은 사실 지금도 두렵다.
나도 언젠가 졸업하면 학생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면 이제는 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라온다.
그런데 내가 바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을까?
정말 지금 바로 가야만 할까?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는데, 잠깐쯤은 마음 놓고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다 타이밍을 놓치면 어떻게 하지?
끊임없는 걱정의 연속이다.
이럴 때 과감하게 원하는 것을(남들이 보면 공백기가 될 수 있는) 선택하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석사 과정 시절의 일이다.
졸업한 선배들 대부분은 졸업과 동시에 바로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다.
빠른 사람은 졸업 전 막학기부터 준비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졸업하자마자 3개월간의 긴 여행을 떠난 선배가 있었다.
나는 솔직히 신기했다.
“저 선배는 취업 생각이 없는 건가? 지금이 한창 공고 뜨는 시기인데…”
그런데 놀랍게도, 원하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선배는 소위 말하는 괜찮은 직장에 바로 취업했다.
같이 졸업했던 동기들 중, 졸업 직후 바로 취준에 매달린 사람들은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쉼과 여행을 선택한 선배가 먼저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인생이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마음이 초조해서 불안 속에 살아가는 것보다,
남들이 보기에 이해되지 않더라도 대담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멋있어 보였다.
지금 이렇게 공백 기간도 사람에 따라 충분히 의미 있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사실 한때의 나는 누구보다 공백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대학 시절 많은 친구들이 여러 이유로 ‘휴학’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휴학을 극도로 싫어했다.
휴학을 하는 순간 나 자신이 한없이 풀어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좌우명처럼 여기는 삶의 기준이 있다.
‘후회하지 말자.’
하지만 이걸 지키면서 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결정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해야 했다.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생겨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대학생일 때, 나는 휴학을 하면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살아온 나의 과거에 후회는 전혀 없다.
그런데 앞으로의 나에겐 어느 정도의 공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어쩌면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에 대한 균형이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숨 고르기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공백은 두렵다.
남들이 보기에 어떻든,
그 시기가 사회적 기준으로 ‘공백’으로 보이든,
그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