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점, 경험, 그리고 나의 선택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많은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국내 대학원과 해외 대학원, 어디가 더 나을까?”
나 역시 똑같은 질문을 했던 사람이다.
아니, 사실 애초에 나는 해외 대학원에 훨씬 더 끌렸다.
학부 시절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현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선배들을 보았고,
그들의 환경이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언어 습득이다.
현지에서 공부하면 어쩔 수 없이 매일 부딪히게 되니 영어(혹은 현지 언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언어는 연구자에게 곧 경쟁력이다.
두 번째는 순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있던 학교에서는, 연구실 내 유학생 선배들이 연구와 실험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잡무는 전혀 하지 않았고, 교수님이 사적인 부탁을 하는 일도 없었다.
정말 ‘랩실 → 집 → 랩실’만 반복되는 생활이었는데, 연구자로서 몰입하기에는 최고의 환경처럼 보였다.
세 번째는 역할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내가 한국에서 다니던 연구실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오로지 실험 연구만 했다.
행사 준비, 회식, 교수님 개인적인 심부름 같은 일은 맡지 않았다.
그 모습이 당시의 나에겐 굉장히 부럽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살면 외롭다고 말했지만,
나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그 점이 크게 걸림돌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 나는 석사를 국내 대학원으로 택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도교수님의 조언이었다.
“너 박사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석사는 국내에서 하는 게 좋다. 어차피 국내에서 일하게 될 거라면, 국내 연구과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먼저 배워야 한다. 박사 과정 때 해외로 나가도 늦지 않다.”
교수님은 추천서도 써주겠다고 하셨고, 내가 있던 연구실도 실험 환경이 잘 갖춰져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먼저 연구과제와 행정 시스템을 배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현실적인 설득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당연히 교수님 입장에서 학부 때부터 몇 년간 일해온 학생이 석사로 들어오기를 누구보다 원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나를 설득시켰고, 난 설득되었다.
실제로 국내 대학원을 다니며 느낀 점은 이렇다.
장점
국내 연구과제와 행정 시스템을 익히며 현실적으로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산업·정책과 연결된 연구를 통해 “내 연구가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직접 경험한다.
졸업 이후 국내에서 일할 계획이 있다면, 네트워크 형성에 강점이 있다.
단점
잡무와 행정 업무의 비중이 크다. 연구 외적인 일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수직적일 수 있다.
연구 몰입도 자체는 해외보다 떨어질 수 있다.
장점
국내 선택지는 비교적 제한적이지만, 해외에서는 세계 최상위 대학에 도전하고 그 교육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아직까지 연구계에서는 해외 학위가 국내보다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잡무나 사적인 부탁 없이, 역할의 경계가 명확하다.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와 언어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단점
필요기 GRE 등 추가적인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생활·문화적 적응 부담이 크다 (외로움, 행정 처리, 비자 문제 등).
경제적 부담이 크고, 지원 체계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졸업 이후 국내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국내 체계적응이 힘들 수 있다.
아플 경우 치료비와 보험 문제가 크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나는 박사과정도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았다.
‘아플 경우 치료비와 보험 문제가 크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요소가 너무나 크게 작용했다.
석사 시절 크게 아프면서,
박사 과정을 해외에서 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또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모든 가능성을 덮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국내 대학원에서 얻은 경험도 충분히 의미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국내냐 해외냐는 결국 개인의 상황과 우선순위에 달려 있다.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건 그 길이 지금의 ‘나’와 맞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