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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가 알려준 일본의 날씨

by 다다미 위 해설자

처음엔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다.

짚 냄새 솔솔 나는 전통 다다미방,

작은 창으로 바람 들어오고,

방 한켠엔 유카타

“와, 일본 온 거 실감 나네~” 감탄했지.


그러다…

누웠다.


등이 차가웠다. 아주 조용하게, 뼛속까지.


바닥이 너무 솔직해서 놀랐다


사실, 나는 온돌이 당연한 사람이다.

방에 들어가면 바닥부터 따뜻해야 한다고 믿는 쪽.


그래서 누운 순간

몸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어디 갔어? 그 익숙한 온기?”

“너, 왜 이렇게 솔직하니…”


다다미는 포근할 줄 알았는데,

그날 밤 내가 느낀 건 따뜻함이 아니라

습기 섞인 적막이었다.


다다미는 왜 이렇게 차가운 걸까?


나중에 알게 됐다.

이 바닥이 일본 날씨에 딱 맞게 만들어진 구조라는 걸.


일본은 여름에 정말 덥고, 정말 습하다.

겨울도 춥긴 추운데… 바짝 마른 추위가 아니라

눅눅한 냉기가 천천히 몸을 파고드는 그런 느낌.


그래서 다다미는 숨을 쉰다.

짚을 엮은 바닥재,

습기를 빨아들이고,

통풍을 도와주는 바닥.


기후와 싸우다 생긴 바닥이 다다미였던 거다.


반면 우리는 어떻게 했더라?


한국은 다르다.

겨울은 진짜 춥고, 그 추위는 마른 칼바람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이기지?”

“아, 불을 땅에 넣자.”


그리고 만든 게 온돌이었다.

불을 떼서 방바닥을 데우고,

그 위에 앉고, 눕고,

때론 고구마도 구워 먹고.


우리는 바닥을 뜨겁게 해서 추위를 밀어냈다.

일본은 바닥을 숨 쉬게 해서 눅눅함을 견뎌냈고.


다다미는 정갈했고,


온돌은 정이 있었다


다다미는 참 단정했다.

짜임새 있고, 말도 잘 듣고,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가 나서

자연스럽게 조용해진다.


근데… 따뜻하진 않았다.

낮은 목소리로 “여기선 조심조심 살아야 해요”라고 말하는 바닥 같았다.


온돌은 좀 다르다.

뜨끈하고, 묵직하고, 툭 앉아도 괜찮은

그런 바닥.

말없이 “그래, 오늘도 수고했어” 해주는 느낌.


한쪽은 질서, 한쪽은 온기.

한쪽은 여백, 한쪽은 정.


바닥만 봐도, 참 다르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밤


다다미 위에 누워,

일본의 기후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내가 왜 이 나라에 와서도

담요를 두 번 덮고,

양말을 신고 잤는지 알겠더라.


이 바닥은 날 데워주려 하지 않았다.

대신 나더러 스스로 조심하라고 말했다.



문화는 거창한 게 아니다.

밥 한 그릇, 인사 한마디, 그리고

바닥 한 장에 담겨 있다.


다다미는 단정했지만 좀 차가웠고,

온돌은 투박했지만 따뜻했다.


나는 둘 다 누워봤고,

둘 다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오늘,

내 방 온돌 바닥에 등을 붙이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역시… 바닥은 따뜻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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