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첫날, 밥이 나왔다.
밥 한 공기, 된장국, 생선 한 조각.
그게 전부였다.
나는 물었다. “반찬은요?”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게 반찬입니다.”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밥상에서 많은 걸 배운다.
푸짐한 반찬, 고기와 나물, 김치와 젓갈.
한국 밥상은 늘 북적이고 다채롭다.
반찬이 많을수록 정이 많다 생각했다.
근데 일본은, 그 반대였다.
밥상은 조용했다.
그릇 하나하나가 간결했고,
간도 강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순간, 일본이 왜 이런 식문화를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먼저, 기후.
일본은 여름이 덥고 습하다.
음식이 쉽게 상한다.
그래서 절임, 구이, 말림 등
보존을 위한 기술이 발달했다.
뜨거운 반찬보다 차가운 반찬이 많고,
따뜻함보다는 신선함과 균형을 택했다.
그리고 철학.
‘화(和)’ – 조화의 문화.
일본인은 넘치지 않으려 애쓴다.
음식도, 말도, 관계도 그렇다.
많이 내는 것보다,
조화롭게 나누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밥과 반찬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밥과 반찬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
우리는 비비고 섞는 문화다.
비빔밥 하나에 우린 온갖 재료를 털어 넣는다.
그게 익숙하다.
근데 일본은, 분리한다.
소리 없이, 흐트러짐 없이,
하나하나를 존중한다.
그래서 일본 밥상은 낯설지만,
그 나름의 철학이 있다.
작고 단정한 식판 위에서
나는 배가 아니라, 질서와 절제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