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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한 점에 담긴 거리감

by 다다미 위 해설자

처음이었다.

일본에서 고깃집에 간 건.


“같이 먹자”는 말은 있었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함께 먹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1인분씩 따로 나온 고기.

자기 앞 불판에서 자기가 굽고,

자기가 굽는 고기 외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 분위기.


불판은 분명히 하나였는데,

그 위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건 내 고기니까 건들지 말아 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기 하나를 뒤집는 것조차

괜히 미안해지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다르다.

한국의 고깃집은 정의 전쟁터다.

누가 많이 먹었는지 따지지 않고

누군가의 쌈을 대신 싸주며

함께 웃고, 떠들고, 굽고, 나눈다.

그런데 이곳은,

불판은 함께지만 마음은 각자였다.



생각해 보면,

이건 단순한 식사 방식의 차이가 아니었다.

일본이란 사회에 깃든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철학이

불판 위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같이 앉아 있어도,

서로의 속도를 침범하지 않는다.

같은 고기를 구워도,

취향과 타이밍은 존중한다.


처음엔 낯설었다.

마치 혼자 밥을 먹는 것 같은

그 조용한 식사의 리듬.


하지만 돌아보니,

그 속엔

“배려”라는 말이 담백하게 녹아 있었다.



같이 먹는다는 건

꼭 같은 접시에서 나눠야 한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


그날 나는,

고기 한 점에서 일본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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