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셨어요?”
한국에서는 꽤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인다면
‘관심’이나 ‘예의’처럼 건네는 말.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한마디가 ‘선을 넘는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한 문장이,
조용히 닫혀 있던 상대의 마음의 문을 철컥 닫게 만들기도 합니다.
일본은
‘혼네(本音)’ – 속마음은 감추고,
‘다테마에(建前)’ – 겉으로는 정중하게 말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한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사람들은 상대의 삶에 깊게 들어가는 질문을 잘하지 않습니다.
결혼 여부는 물론이고,
나이, 직업, 수입에 대해서도 함부로 묻지 않죠.
그건 그 사람의 삶의 선택이고,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사생활이니까요.
일본에서는 결혼이 ‘필수적인 삶의 과정’이 아닙니다.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않고,
누구는 한 번 했다가 다시 혼자가 되기도 하고,
누구는 영원히 혼자 살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결혼하셨어요?”라는 질문은
자칫 상대에게 “왜 아직 안 했어요?”,
혹은 “그렇게 사는 게 정상인가요?”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의도는 없었겠지만,
그 말은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릴 수도 있죠.
한국은 정(情)의 문화입니다.
묻고, 웃고, 끌어안으면서 가까워지는 나라.
반면 일본은 조심스러움과 배려의 문화입니다.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그 사람이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게 일본식 친절입니다.
그들은 말로 묻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처음 만난 일본인이 내게
결혼 여부를 묻지 않는다고 해서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 사람은 내가 준비될 때까지
말하지 않고 기다리는 배려를 선택한 것일 뿐입니다.
말하지 않는 예의가 존재하는 나라, 일본.
그곳에서는 ‘묻지 않음’이야말로 가장 깊은 관심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을 때,
그의 사생활을 묻는 대신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기분, 괜찮으세요?”
그 한마디에,
조용한 신뢰가 피어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