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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묻지 않습니다(3)

by 다다미 위 해설자

“무슨 일 하세요?”

한국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이 질문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직업이 곧 그 사람을 설명해 주는 기준 같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판단하는 습관도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하는 일을 먼저 궁금해하는 문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질문이 조심스러운 말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직업을 잘 묻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묻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직업”이라는 건

그 사람의 능력, 지위, 수입까지 암시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걸 묻는 건

“당신, 어떤 급입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겁니다.


직업을 묻는 순간,


서열이 시작됩니다


형편이 좋든, 어렵든

직업은 누군가에게 위축감이나 우월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런 상대의 불편함을 최대한 피하려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무슨 직책이든,

얼마를 벌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그 사람의 태도와 분위기입니다.


“무슨 일 하세요?”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일본에서는 직업 대신 이런 말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요즘 어떤 일 재미있게 하고 계세요?”

“최근 하루는 어떻게 보내세요?”

“주말엔 주로 뭐 하세요?”


여기엔 그 사람을 계급으로 보지 않으려는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직업은, 나중에 상대가 스스로 꺼낼 때 듣는 것이지

먼저 꺼내서 평가하는 항목이 아니니까요.




일본에서는

직업이 없다고 해서 무시하지 않고,

직업이 좋다고 해서 특별히 들이대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이 어떤 태도로 말하고,

어떤 말투로 질문에 반응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직업은 삶의 일부일 뿐,

그 사람을 전부 설명해 주는 건 아니니까요.




직업을 묻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작은 배려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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